사업연기를 검토하게 된 배경은 LH가 현재 진행중인 사업을 추진키 위한 필요 자금에 비해 분양대금 회수, 채권 발행 등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으로 국민임대주택 등 비수익성 사업이 대부분인 주택공사의 열악한 재무구조가 LH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채권발행이 가능한 한도가 오히려 줄어든 것도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덕국제신도시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LH가 수도권과 지방에 추진중인 대규모 신도시개발사업과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사업은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사업은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이전하는 대신 평택 발전을 지원하기로 중앙정부가 약속한 87개 사업 가운데 핵심사업이기 때문이다. 평택으로 미군기지가 옮겨온다고 했을 때 이를 환영한 평택시민은 한사람도 없었다. 평택시민들은 평택이 평택항과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기반으로 수도권의 무역과 물류,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미군기지 이전으로 평택이 기지촌으로 전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평택발전종합대책이고 그 핵심이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이었다. 고덕에 대규모 국제도시를 개발하여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고속철도역도 신설하여 새로운 평택의 중심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평택시민들은 미군기지를 유치한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미군기지가 옮겨간다는 것에 역사적 명분이 있고, 새로운 한미안보동맹의 강화라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이고, 정부가 다양한 평택발전지원대책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미군기지 이전을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업시행자인 LH의 자금난을 이유로 사업을 연기한다는 것은 평택시민의 선의에 대한 배신이다. 이미 미군기지 이전은 수년간 지연되어 왔다. 경기북부지역은 그 피해가 1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며, 미군기지 이전과 고덕국제신도시 개발 계획을 믿고 투자하거나 이주를 준비한 주민과 기업은 부도와 도산 직전에 있다. 미군기지에 마을을 내준 주민들이 이주해 가야할 곳이 고덕국제신도시이다. 사업이 연기되면 또 어디를 떠돌아야 하는가?
그동안 평택은 수도권에서 발전 가능성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었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1천421만㎡의 산업단지 물량 확보, 황해경제자유구역 포승지구 개발 등으로 기업들도 투자하기 좋은 곳으로 평가하여 왔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정부가 바뀌면서 고덕국제신도시 개발도, 고속철도 평택역 신설도, 포승지구 개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실 LH의 자금난은 통합을 앞둔 주택공사, 토지공사가 주도권을 잡기위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대한 때문이고 4대강 사업에 정부예산이 집중되면서 LH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지원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보태서 최근 세종시를 원안 수정해서 기업도시로 만들겠다고 기업들을 압박하는 바람에 고덕국제신도시를 포함해 1천421만㎡ 산업단지에 첨단대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평택은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통상 국가안보에 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보수정권이 국가안보를 위해 미군기지 이전을 수용한 평택지역을 더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정부가 추진해온 대책마저 흐지부지하려 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정부를 신뢰한 시민이 피해를 보아야 한다면 누가 국가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따라서, 만약 고덕국제신도시사업이 연기된다면 평택시민의 분노와 저항과 투쟁은 불가피하다. 미군기지 이전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LH는 책임있게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고속철도 평택역 설치, 황해경제자유구역 포승지구개발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세종시, 4대강에 이어 정부가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평택에서 추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