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안의 구리는 미량이지만 필수 원소다. 그러나 음식물을 통해 흡수된 구리가 몸 밖으로 적절히 배출되지 못하면 여러 장기에 침착돼 증상을 유발한다. 이처럼 간에서 담즙으로 구리가 이송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 '윌슨병(Wilson's disease)'이며, 처음에는 구리가 간에 침착되다가 점진적으로 뇌, 신장, 각막 등 다른 장기에 침착된다. 구리가 담즙으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차적으로 소변으로의 배출이 증가하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3만 ~10만명당 한 명의 빈도로 윌슨병이 발병하는데, 2006년에 발표한 '한국인 유전성 대사질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약 3만6천명당 한 명의 빈도를 보여 윌슨병의 발생 빈도가 비교적 높은 나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윌슨병의 주된 증상은 간과 신경에서 나타난다.
간 증상은 다양하다. 대개 8세에서 20세 사이에 간 효소 수치가 증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만성 간질환 및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급성 전격성 간염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신경 증상은 파킨슨병에서 볼 수 있는 강직성과 구음장애, 진전, 얼굴의 운동이상증 등이 대표적이며, 정신분열증, 조증, 심한 감정기복, 인격 변화 등 정신과적 증상도 흔하다. 또 눈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각막의 가장자리에 생기는 카이저-플라이셔 고리(Kayser-Fleischer·노랗거나 갈색을 띠는 고리)등이 대표적인 것으로서 안과적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카이저-플라이셔 고리가 발견돼 윌슨병이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혈중에 구리 농도가 높아지면 급성 적혈구 파괴로 빈혈이 올 수 있고 반복되면 담석이 생길 수 있으며, 신장 침범으로 인한 미세혈뇨, 아미노산뇨, 인산뇨 등도 동반될 수 있다. 드물게는 관절염과 심근염, 골다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윌슨병은 이렇게 간과 신경증상, 카이저-플라이셔 고리의 존재, 혈액내의 낮은 세룰로플라즈민 농도, 높은 소변 구리 배출량 등을 종합해 진단을 내리며, 단 한 가지 소견으로 확진하기는 어렵다.
윌슨병은 대개 약물치료 시작후 5~6개월에 증세가 호전되고 24개월 정도까지 점진적으로 호전이 지속되지만, 이후에도 증상이 남아 있다면 이 증상들은 영구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윌슨병은 서양인에 비해 한국인에서 흔하고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대사질환이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알려져 있는 다행스런 질환이다. 무엇보다 합병증이 생기기 이전에 윌슨병을 조기 진단해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한 선별검사법은 확립돼 있지 않다. 따라서 윌슨병 환자의 형제, 자매는 증상이 없다하더라도 유전 상담을 실시해 질환에 걸릴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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