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당연히 정치자금이라는 경제적 비용을 수반하며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유지해 나가는 최소한의 대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선거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이라 하면 국민들은 손사래부터 치는 것이 현실이다. 정경유착과 금권선거의 경험 때문에 깨끗한 정치의 조건으로서 정치자금 조달방식의 중요성은 지금껏 대부분의 국민에게 간과되어 왔다.
부정한 돈 선거의 추억이 정치자금에 대한 공론화를 여태 가로막고 있었다면, 이제는 깨끗한 선거가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유권자의 의식도 성숙해진 만큼 투명한 정치자금의 기부에 대해 논의할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민주화 이후 반(反)부패를 향한 국민적 여망과 이에 부응한 제도개선의 노력으로 현재의 선거는 과거의 악습을 많이 털어내며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에 개정된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단체로부터의 정치자금 유입을 전면 차단함으로써 정경유착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다. 깨끗한 선거를 강제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에 더하여 투명한 정치자금 조달을 유도하고 정치권의 비행을 견제하기 위해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기여할 몫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가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2008년 대선에서 당선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정부의 지원자금 없이 300만명이 넘는 소액 후원자들의 자발적 기부에 힘입어 6억5천여만 달러(한화 7천590억원)를 모금한 바 있다. 거대 이익집단의 후원이 아닌, 유권자의 소액 정치자금 기부를 통해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이러한 모금방식은 선거를 검은 돈에서 해방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5년의 정치자금법 개정을 기점으로 유권자의 소액 기부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선관위는 세액·소득 공제의 혜택을 홍보함으로써 유권자의 정치자금 소액 기부를 권장하고 있다. 개인이 정치자금을 기부할 경우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소득+주민세) 혜택을, 1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선거에는 분명히 적잖은 돈이 든다. 그러나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얼마나 깨끗이 마련하느냐에 있다. 선거의 주체는 우리 국민 모두인 만큼 깨끗한 선거를 위해 노력할 의무는 후보자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있다. 깨끗한 선거를 위한 유권자의 소액기부는 후보자에 대한 기부임과 동시에 정책에 대한 기부이며,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기부이다. 작은 액수지만 순수하게 모인 유권자의 돈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우리 정치발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내년 6월2일에는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다. 십시일반의 소액기부에 토대를 둔 깨끗한 선거가 우리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되새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