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경인일보=]학교는 교육의 장으로서 가르치는 일을 그 본연의 기능으로 하고 있다. 학부모는 학교 선생님이 자녀를 잘 가르쳐줄 것을 기대하며, 이러한 기대의 충족 여부에 따라 학교에 대한 평판이 달라진다. 그런데 요즈음 초등학교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생겨나고 있는바, 학교가 교육은 물론 돌봄의 역할도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맞벌이 가정에서 더욱 절실하다.

유치원에는 종일반이 있어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점심 급식 이후 저학년 아이들을 하교시키기 때문에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볼 어른이 없는 경우 매우 곤란하게 된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를 여러 학원에 다니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학교 근처에 사설 방과후교실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거리가 멀면 이마저도 이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방과후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아침 8시10분에서 8시30분 사이에 등교한다. 그런데 학부모 중에는 자녀 등교시간보다 일찍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데려간 자녀를 거의 비어 있는 학교에 남겨두고 불안한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자녀의 등교시간에 맞추자니 직장 지각은 다반사가 된다. 자녀가 어린 경우 스스로 제시간에 등교하도록 할 수도 없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학생들이 너무 일찍 등교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한다니, 부모들은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곤란한 상황은 정규수업시간 중에도 발생한다. 저학년 학부모 가운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아파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집으로 보낼까요?"라는 전화를 받을때다. 아이가 집에 온들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아이들은 열이 나다가도 가라앉는 일이 잦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가벼운 증상이면 학교에서 보건교사 책임하에 아이를 돌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요컨대 일찍 등교하는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학교, 가벼운 신체적 이상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간호할 수 있는 학교, 퇴근 시까지 자녀를 잘 돌봐줄 수 있는 학교를 원하는 부모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 대해 이러한 기대를 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는 것은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에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과거에 비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7년도 기준으로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4.8%인데, OECD회원국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평균은 61.1%이고, 특히 저출산 시대를 맞아 여성의 경제활동이 자연스럽게 부추겨지는 상황이고 보니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앞으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교의 돌봄기능에 대한 요구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부모가 집에 있어도 자녀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가정이 많다. 특히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배려를 필요로 하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 수도 있고, 자녀가 필요로 하는 학습활동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들이 비교육적 환경에 노출되도록 방치할 수도 있다.

가정에 부모가 있더라도 자녀들의 성장에 유의미한 경험과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면 학교에서 이들을 대신 돌봐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배려 대상의 아이들에 대한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교육격차 완화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농촌지역의 학교와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 학교들을 중심으로 초등학교의 돌봄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초등학교의 핵심 기능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가정의 돌봄 기능이 약화되고 자녀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가정이 증가하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초등학교가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에듀케어링체제(edu-caring system)로 한 단계 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경감으로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