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럭키해안. 당시 그 곳에는 이민선이 좌초되면서 발생한 1천여명의 난민들이 상륙해 들끓었다. 구세군 여사관 조셉 맥피는 이들을 도울 방법을 궁리하다 옛날 영국에서 빈민을 돕기위해 무쇠솥을 내걸고 모금하던 방법을 떠올렸고 그녀는 즉시 오클랜드 부두에다 큰 솥을 내다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위에다 '이 국 솥을 끓게 합시다'라고 써붙였다. 난민들의 생계를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 것이 '자선냄비'의 기원이다. 1865년 영국에서 부스가 창설한 구세군은 1908년 호가트 사관이 한국에서 선교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후인 1928년 12월 15일 한국구세군 사령관 조셉 비아(박준섭)사관이 서울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모금을 시작했다. 딸랑딸랑 종소리에 실어 이웃사랑을 외치기 시작한 지도 벌써 80여년이 넘어섰다.

올해도 '자선냄비'는 여전히 등장해 사랑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 구세군뿐 만아니라 요즘 각 자선단체들도 세밑이 다가오자 모금활동이 한창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또한 나눔 캠페인에 나섰다. 공동모금회가 내건 올해 슬로건은 '나눔-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우리네 삶이 무척 힘들고 팍팍하지만 나눔이 있기에 희망을 갖게 되고, 그 희망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자선 모금이 여의치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예년에 비해 그 호응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느낌이다. 여느 해보다 각 가정의 생활이 힘들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게다. 구세군 냄비조차 고속도로 톨게이트 출입구까지 설치돼 있으나 잔돈조차 잘 걷히지 않는 모양이다. 오가는 차량들에 인사하는 구세군들만 안쓰러워 보일 따름이다. 나눔의 기쁨은 그 것을 실천해 본 이들만이 느낀다는 말이 있다. 특히 나눔에 진정한 사랑이 담겨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형식적이고 남의 눈을 의식해 하는 것보다 속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 행하는 것에 진정한 기쁨이 있지 않을까. 불우이웃을 위해 조금씩 나눠보자.

/송인호 인천편집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