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제 환경공단에서 과거 '혐오시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기초시설 주변에 있는 유휴공간을 공원과 스포츠시설로 바꾸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 11~12월 공단 시설 견학현황(12월 12일 기준)
12월 1일 : 인제고등학교 하수처리시설 견학
(학익사업소)
8일 : 강원도 횡성 청정환경사업소
(송도종합스포츠센터)
9일 : 제천시민 소각시설 견학(청라사업소)
10일 : 지방공무원 환경직무연수(청라사업소)
12일 : 금보래어린이집 현장학습(학익사업소)
11월 4일 : 포스코건설 하수처리시설 견학(학익사업소)
11일 : 금마초등학교 어린이 환경교실(청라사업소)
19일 : 국립환경과학원 주최 인하대학원생 현장학습
(청라사업소)
23일 : 이천대학 환경대학원생 견학(청라사업소)
30일 : 보육교사 에코-투어(송도·학익·청라사업소)
■ 공원·체육시설로 변신한 폐기물 처리장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 500t을 소각하고, 음식물폐기물 200t을 처리하는 송도사업소 바로 앞에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스포츠센터가 있다.
송도종합스포츠센터는 수영장, 헬스장, 스쿼시장, 잠수풀, 인공암장(암벽), 천연잔디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 배구장, 족구장, X-게임장, 게이트볼장, 골프장(9홀) 등을 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수영장·헬스장·스쿼시장은 2천원/일, 테니스장은 시간당 2천원, 골프장은 2만원(평일 1만5천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시민 1천3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생활폐기물 500t/일을 소각하고 하루 100t의 음식물폐기물을 사료화하는 청라사업소에는 환경생태공원이 있다. 81만5천㎡ 땅에 어린이놀이터, 환경동산, 야생화원, 철쭉원, 생태연못, 온실동 등이 있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견학 장소로 유명해졌다. 청라사업소는 정기적으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초청해 '소각장 견학', '음식물 퇴비 이용해 초화 심기',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생태놀이'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운북사업소에도 생태연못과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밖에 가좌사업소, 승기사업소, 율도사업소가 축구장, 테니스장, 족구장, 배드민턴장 등 생활체육시설을 만들어 시민에게 연중 개방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화·온라인 예약을 받고 있다.
박정남 환경공단 이사장은 "시민단체, 교육기관 등과 연계한 '에코-투어(Eco-tour)'를 운영해 연간 1만5천여명이 방문하고 있다"며 "시민에게 체육시설을 무료로 쓰게 하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 작은 정성을 모아 다양하게 이뤄지는 사회공헌활동
환경공단의 사회공헌 활동은 남다른 데가 있다. 직원들이 매달 사회공헌기금을 적립하고, 사회공헌 방식을 직접 결정한다.
학익사업소 직원 24명은 베트남에서 6년 전 한국에 시집온 결혼이주여성이 네살배기 딸과 함께 친정에 돌아갈 수 있도록 왕복 비행기삯과 여비 246만원을 마련해줬다. 사업소 전 직원이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해 6개월동안 1만~5만원씩을 자발적으로 거뒀다.
학익사업소의 김이란 담당자는 "뭔가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찾는 과정에서 베트남 여성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며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고마워한다는 말을 듣고 직원들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공단은 지난 달 11일 장애아동 재활시설인 명심원에 자전거 11대를 기증했다. 7~18세 아이들이 재활교육을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해 어른용 7대, 어린이용 4대를 구입해 전달했다. 자전거를 탈 아이들이 거동이 불편한 점을 고려해 직원들이 직접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설치하는 '세심한 배려'를 보였다.
청라사업소는 작년부터 6월마다 헌책을 꽃으로 바꿔주는 '꽃이랑… 책이랑…' 행사를 연다. 집에서 보지않는 책을 가지고 오면, 쓰레기를 소각하면서 나오는 열로 재배한 꽃으로 바꿔주는 행사다. 시민들이 가져온 헌책은 섬,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벽지의 초등학교, 저소득층 아이들이 공부하는 지역아동센터 등에 기증했다. 2008년에는 1천779권, 2009년에는 2천909권이 모였다. 작은 사랑이 릴레이를 벌여가며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6월 20일 전국 지방공기업 CEO가 참여한 '지방공기업 선진화 워크숍'에서 '다문화 가정지원', '행복실은 자전거 사업', '황사 저감을 위한 몽골 나무식재' 등을 모범사례로 발표했다.
※ 인터뷰 / 박정남 인천환경공단 이사장 "혐오시설 고정관념 깬 '독불장군'"
박정남(사진) 인천환경공단 이사장의 강점은 '추진력'이다. 일부에서 '자기 생각대로만 한다'는 비난이 있을 정도다. 지난 4일 만난 박 이사장은 "나를 독불장군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웃어 넘겼다.
강한 추진력으로 지난 3년간 공단을 이끈 그는 두 가지 뚜렷한 성과를 냈다. 혐오시설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켰고, 다른 공기업과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
인천환경공단은 전국 어느 도시와 견줘 봐도 환경기초시설이 깨끗하고 전문적인 운영체계를 갖췄다. 지방공무원 환경직무 연수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국립환경인력개발원, 한국환경공단, 지방자치단체 환경사업소 공무원들의 현장견학이 줄을 잇는다. 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서는 박정남 이사장도 놀랐다고 한다. "강요가 자발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각 사업소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작은 정성을 모으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 실질적인 봉사가 이뤄진 것으로 자평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곧 퇴임한다. 그는 "공단 창립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오폐수와 폐기물처리시설의 안정화와 전문화에 노력을 기울였다"며 "지금부터는 녹색성장이라는 전지구적 흐름에 앞장서 나가는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