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 (인하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2009년 인천은 변화의 한 해였다. 도시축전과 인천대교로 인천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세계한상대회 등 여러 국제회의를 유치하면서 국제도시 송도가 그 위상을 점차 다져간 한 해이기도 했다. 내년부터 제2기 국제도시사업이 시작되기에, 지금까지는 변화를 추동한 기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 인천의 자기 정체성(아이덴티티)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아이덴티티는 과거에 의해 규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새롭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아이덴티티와 관련해 항상 생각하면서도 잊고 있는 것이 인천의 중간적인 매개적 성격이다. 서울도 지방도 아닌 수도권의 인천광역시는 대한민국의 사람과 물자의 흐름을 이끄는 정류장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인천은 대한민국에서 외국으로, 혹은 국내의 다른 지역 사람과 물자가 인천으로 모여서 다른 곳으로 나가는 곳이다. 물론 인천 자체의 산업도 있지만, 안산-시흥-부천-김포 등 인접지역과 연결해 이뤄지거나, 혹은 전국이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고유의 중간적 매개적 기능과 함께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부상하는 중국과 더불어 인천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바야흐로 국제도시 송도와 청라 등 인천의 지역들은 작게는 동아시아, 크게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러기에 인천은 한국의 어느 도시보다도 글로컬(전 지구적이면서 동시에 지방적인)한 도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간적 매개적 기능, 즉 외부와 연결된 사람의 흐름(人流)과 물자의 흐름(物流)으로 먹고 사는 도시임에도, 이를 네트워크화해 허브가 되는 기능(網流)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촘촘히 엮어지는 정보화시대인데, 인천에서의 인류와 물류의 예측가능성은 떨어진다. 한번 보자. 공공교통을 통해 서울에서 인천으로 오는 두 개의 고속도로는 거의 항상 막혀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 서울 바로 옆의 인천이지만 KTX로 연결된 대전보다 오래 걸린다. 여기에 인천내부의 교통문제도 복잡하다. 매개적 기능이 인천의 생명줄이라면 외부와 인천을 연결하는 흐름은 정확하고 빠른 체계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물류흐름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더군다나 송도국제도시가 기능을 시작하면서 송도로 오고 가는 길은 더욱 번잡해지고 있어, 앞으로 2기 도시가 종료됐을 때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여기서 다시 한번 인천의 자기인식을 보자. 과연 인천은 글로벌 인천을 지향하면서 거기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 자기 인식에서 중요한 점은 외부의 사람과 물자에 의존해 인천이 발전됐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렇게 목표를 삼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외부와 인천을 연결하는 소통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광명에서 KTX를 연결해 지방에서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어떨까? 이것을 적자투성이라는 공항철도와 연결해, 인천시민의 출퇴근은 물론 외부로부터 인천으로 오는 사람의 흐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만들면 어떨까? 오사카와 고베를 잇는 한신고속도로처럼 물류를 위해 경인고속도로를 이층으로 만들면 어떨까? 도쿄와 요코하마처럼, 서울에서 인천으로 지하철과 철도가 다양한 방법으로 엮어지는 방법은 없을까? 소통은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만이 아니다. 송도국제도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제도시를 움직이는 인재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인천에서 배출해 인천에 거주하는 글로컬 인재들이 국제도시를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개방적으로 인재들이 인천으로 몰리도록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외국인이 거주하는 국제명품도시를 지향하면서, 외국인들의 출입국과 체류가 편리하지 않고, 그들의 파트너와 자녀 등 동반자들이 살 수 없는 도시라면 그들이 인천에 살 수 있을까? 인천의 미래를 매개적 기능에서 찾는다면, 개방적인 자세로 인천의 현재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인천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사람과 물자의 흐름을 결합해 네트워크화하는, 인류와 물류 그리고 망류를 아우르는 명품 미래도시가 될 것이다. 흐름이 유연한 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인천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