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욱 (와세다대학 상학학술원 특별연구원)
[경인일보=]골프 황제 타이거우즈가 불륜문제로 연일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타이거우즈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단정한 품행으로 많은 팬들과 후원사를 몰고 다녔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로 우즈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애꿎은 후원업체까지 큰 손해를 보게 생겼다. 이미 많은 팬들이 등을 돌렸고, 후원사들도 그를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우즈는 앞으로 골프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타이거우즈쯤 되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책임이 따른다. 이번 일도 따지고 보면 우즈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아 벌어진 셈이다.

기업은 더 하다. 주주, 고객,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Stakeholder)로부터 항시 사회적 책임수행을 요구받는다. 만약 기업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혹독한 질타와 외면을 받게 된다.

예전에 미국의 한 잡지에 어린 파키스탄 소년이 웅크리고 앉아 작디작은 손으로 축구공을 꿰매는 사진이 실린 적이 있다. 그 아이의 나이는 겨우 12살이었고, 축구공은 세계적 스포츠사인 나이키의 제품이었다.

이 사진 한 장의 위력은 대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고 나이키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특히 그 어린아이의 하루 임금이 고작 2달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은 더 커졌다. 그 여파로 나이키의 결산수익은 반토막 나버렸고 주가는 급락했다. 회사 이미지도 극도로 나빠졌다. 이 나이키의 사례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어떤지를 잘 얘기해 주고 있다.

기업의 제일 목적은 이윤추구다. 하지만 기업이 앞으로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더욱이 어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따져 투자대상기업으로 정하는 사회적 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익을 많이 내더라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면 회사 수명은 그만큼 단축되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선진기업들은 보다 공격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단순기부 외에 자신의 본업과 결합한 사회적 책임 실천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해 사회공헌도 하고 동시에 이익도 챙기고 있다.

일례로, 유럽 보험사들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1㎞당 140g 이하인 자동차인 경우 자동차보험료를 10% 할인해 주는 식으로 환경보호책임을 실천중이다. 본업인 보험상품 판매에 환경보호기능을 덧붙여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일본 기업은 유치원이나 보육원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 주고 환경교육을 통해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물론 환경교육에는 회사 직원들이 참여한다.

그럼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연말인 이즈음이면 어김없이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에 자주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있다. 기업 회장님, 사장님들이다. 포즈도 한결같다. 기부금 액수를 써넣은 패널 앞에서 악수하는 모습 일색이다. 이것이 아직까지 우리의 단면이 아닐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말연시 으레 한번 해야 하는 기부나 자선활동 쯤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시야를 넓혀야 한다.

무전략적이고 단발성에 가까운 사회적 책임 추진은 결코 효과적이지도 않을뿐더러 하고 나서도 그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다. 자사의 색체가 배어 나오고, 이해 관계자의 마음속에도 오래 남아 회사에도 이득이 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사회적 책임 수행이 보다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