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진오기자]소래포구엔 이야기도 참 많다. 인천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후명이 쓴 '협궤열차에 관한 한 보고서'에 들어있는 '갈매기 날아가는 곳'을 보면 소래포구와 관련한 재미있는 얘기가 등장한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의 소래포구를 배경으로 다룬 이 글엔 "…그때 맥아더 원수의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 '오! 인천'의 현지 로케로 수인선은 갑자기 활기를 띠었었다. 수인선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운행되고 있는 협궤철도로서, 그때 벌써 경제성이 없다는 까닭으로 없애느냐 어쩌느냐 위협을 받고 있는 터였다. 그러므로 테렌스 영 감독이 오래 전에 공작창에 처박아둔 증기기관차까지 동원하자 수인선 주변은 가벼운 흥분 상태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흥분 상태는 무턱대고 활기에 찬 것이라기보다 마치 죽기 전에 예전 고왔던 시절의 옷차림으로 갈아 입고 마지막 바깥 나들이를 한 할머니처럼 느껴지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된 점이었다.…"고 표현했다.


'소래철교의 기억'(다인아트·2009년)이란 책을 쓴 윤진현은 "…사실 나의 고향 시흥과 인천은 그닥 먼 동네가 아니었다. 동네 끄트머리 소랫다리 건너면 바로 인천이었고 집에서나 집 떠나서 숨쉬는 공기도 맞는 바람도, 먹는 밥도 반찬도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이 책을 소래철교를 오가며 삶을 꾸렸던 수인협궤열차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 분들은 이 책의 공동저자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소래포구와 소래철교엔 007 영화로 유명한 감독도 등장하고, 소래철교를 소리내 달리던 협궤열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들도 등장한다. 그 모두의 이야기가 한 곳에 농축된 공간이 바로 소래포구다.

어시장만을 생각하고 소래포구를 찾은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게 하나 있다. 오래된 열차가 포구 옆 널찍한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다.


설명문을 읽자니 이 자체로 역사다. "이 기관차는 1927년 6월 14일 수원기관차 사무소에서 조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협궤용 증기기관차이다. 1937년 8월 6일 수원역~남인천역에 이르는 52㎞의 수인선이 개통되어 소금 및 미곡 수송과 더불어 인천시민의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1978년 여름까지 운행되었다. 그후 수인선은 디젤동차로 바뀌었으며 1995년 12월 31일 우리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뒤로한 채 운행이 전면 중단되었다. 이 증기기관차는 1983년 쌍용그룹이 철도청으로부터 구입하여 한국도로공사에 기증하고 대관령휴게소에 전시하여 왔으나, 시민들의 염원속에 인천 귀향을 추진하게 되었고, 2001년 10월 29일부로 인천광역시에 기증되어 2001년 11월 15일 남동구청 앞 담방문화 근린공원에 이전 설치되었다가 2008년 7월 6일 현 위치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 협궤용 증기기관차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희소성과 역사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무게 42.95t, 길이 14.6m, 높이 3.2m, 폭 2.3m의 이 열차가 한반도 근대화를 관통한 역사적 기념물이란 얘기다.


바로 옆에는 조선말 고종 16년(1879)에 만든 장도포대도 볼 수 있다. 외국 선박의 침입으로부터 방어용 진지로 구축한 장도포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갯벌을 매립해 건설한 송도국제도시의 마천루가 바로 보인다. 세월의 무상함도 깊이 다가온다.

소래포구에 가면 꼭 철교를 건너봐야 한다. 소래철교 위에서 바라보는 포구의 북적거림과 바다 냄새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겨울에 찾는 소래포구는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많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