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상화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비정규직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세계화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는 또 다른 걸림돌이어서 청년실업 양산을 부채질했으며 유통업자유화는 재래상권을 비롯한 영세자영업의 몰락을 촉진했다. 반면에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은 치솟고 사교육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적자가계비율이 점증하고 사회적 취약계층도 눈에 띄게 늘었는데 사회안전망은 허울뿐이었다.
지난 2003년 16대 대선에선 예상 밖의 인물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승자독식사회에 염증을 느낀 수많은 유권자들이 몰표를 던진 결과였다. 참여정부는 동반성장 운운하며 서민생활 안정에 올인했다. 전국 곳곳을 투기지역으로 묶고 양도세를 큰 폭으로 확대했으며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는 등 부동산가격을 옭아맸다. 또한 사교육비를 잡는다며 수시입학비중을 크게 늘리고 사회약자계층에 대한 대입 기회를 확대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 막대한 세금을 사회복지에 투입하고 비정규직의 확산방지를 위해 비정규직법까지 제정했다. 그 결과 국제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경제규모는 커졌으나 재벌부문은 더욱 비대해지고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건설시장이 급랭했다. 부동산값과 사교육비가 크게 올랐으며 사회양극화도 심화되었다. 조세부담률이 크게 늘었음에도 국가재정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빈대 잡는다며 초가삼간만 태운 격이었다.
2007년 12월 17대 대선에서는 '7%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강국 진입' 등의 소위 '747공약'을 앞세운 보수성향의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 MB정부는 부동산 투기지역을 대폭 해제하고 노무현 정부가 박아 놓은 부동산 대못들을 몽땅 제거했다. 재벌들의 족쇄로 치부되던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고 금산분리규제를 완화해서 대기업들의 은행겸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미디어관련법을 개정해서 대기업 및 신문사들의 공중파방송 진출을 허용했으며 접대비실명제도 없애는 등 규제관련 전봇대 뽑기에 매진했다. 공장증설 관련 수도권규제도 일부 완화되었다. 올해 들어서만 기업들이 요구한 785건의 규제관련 민원을 70%이상 해결해 주었다.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등 감세정책도 병행했다.
일자리를 늘린다며 4대강 살리기사업을 추진하고 지난 정부에서 확정한 세종시 건설에 대한 전면 재검토작업에 착수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입법화를 추진하는 등 노동계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업오너들의 대거 경영일선 복귀도 범상치 않아 보인다. 새해벽두부터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점쳐진다. 공공기관 철밥통들과의 일전이 예고되었으며 영리병원 도입도 관철시킬 개연성이 커 보인다.
그런 때문인지 기업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져 최근 5년간 주요 상장기업들의 매출액이 20%나 증가했다. 그러나 직원수는 오히려 2%나 감소하는 등 고용축소형으로 변질되어 실업문제는 한층 심화되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금융위기까지 가세한 탓에 근로빈곤층은 두터워지고 엥겔계수도 커졌다. 주거비와 사교육비는 여전히 고공행진중이고 가계와 정부부문의 쌍둥이적자는 경제불안의 새로운 뇌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플레 압력도 걱정이다.
아직은 집권 2년차여서 MB노믹스의 성과를 예단하긴 이르다. 또한 도처에 부실과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어 효율성제고를 위한 시스템 개선의 당위성은 인정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거칠고 지루한 개혁실험으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것인가. 오너자본주의에 노출된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경인년을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