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지난 12월 미국은 슬펐다. 17일 천국으로 간 왕년의 명 여배우 제니퍼 존스(Jennifer Jones)로 슬펐고 사흘 뒤 그녀를 따라간 인기 여배우 브리태니 머피(Brittany Murphy)로 슬펐다. LA 교외 자택서 90세로 숨진 제니퍼 존스는 '성(聖)처녀' '백주의 결투' '종착역' '모정(慕情)' 등의 1940~50년대 대표 여배우로 4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했다. '실마리 없는' 청춘영화 'Clueless'에 출연했기 때문인가 '실마리'없이 32세로 급사한 브리태니 머피도 '8마일' '처음 만나는 자유'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등의 미국 최고 하이틴 스타였다. 24일 할리우드 언덕에 묻힌 머피의 장례식엔 찬미가 'amazing grace(놀랄만한 은총)'가 울려 퍼졌고 그녀가 좋아한 소설 '별 왕자님'이 낭독됐다.

19일엔 또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때 거명했던 미 흑인의 대모(代母) 앤 닉슨 쿠퍼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108세로 이승을 떠나 전 미국 흑인들이 슬펐다. 그녀는 미국의 노예제도가 끝난 1세대 후에 출생, 100여년에 걸쳐 인종차별 타파를 주창했고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대됐다. 현대 경제학의 거인 폴 새뮤얼슨도 13일에 잃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2009년 사망한 미병이 304명으로 2001년 군사작전 개시 이래 최악이었던 2008년 151명의 2배가 넘는다'는 비보도 31일 전해졌고 그 전날엔 아프간 미군기지의 자폭테러로 CIA 사상 최악인 7명이 폭사했다.

1934년 개업한 뉴욕 센트럴파크의 유명 레스토랑 'Tavern on the Green'―저명인사들의 단골이자 관광명소인 그 식당마저 31일 문을 닫았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29일자 뉴욕타임스에 '얻은 것도 배운 것도 없는 빅 제로(Big Zero) 시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썼다. 미국인의 69%만이 '장래 희망이 있다'는 것도 31일 발표한 CNN 조사로 밝혀졌다. '그레잇 네이션(위대한 국민)'의 미국,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미국의 새해 분위기가 '스케르찬도(경쾌하고 익살맞게)'로 확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