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의 깨달음이란 이전투구속에 있는 듯하다. 싸워 정권을 탈환하면 생각과 정책이 바뀐다. 기업과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비생산적이며 비효율적인 정치활동으로 보여 긴장하고 애태우지만, 정치권에서는 통과의례 정도에 지나지 않는 듯해 마음이 상한다. 그해 말 세태를 반영하고, 연초의 희망을 담아 선정하는 대표 사자성어에서 이러한 세상을 읽을 수 있다. 2010년 새해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강구연월'(康衢煙月)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각 대학 교수와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번화한 거리에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나타낸 말로, 태평성대의 풍요로운 풍경을 묘사할 때 쓰인다고 한다.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열자(列子)의 '중니'편에서 찾을 수 있다.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이 된 요(堯)임금이 민심을 살피려 미복 차림으로 번화한 거리에 나갔는데, 아이들이 "우리 백성을 살게 해 주심은 임금의 지극한 덕"이라고 노래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고 한다. 태평성대를 노래한 동요 '강구요'(康衢謠)다. '강구연월'에는 요 임금처럼 사회지도층이 신뢰를 토대로 태평성대를 열어갈 책임과 의무를 다해 달라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 현실에서 뒤집어 생각하면 지도층, 특히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 한해를 표현한 대표 사자성어로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한다'는 뜻의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선정했다. 직장인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더욱 애절하다. '먹고사는 것을 걱정한다'는 뜻의 '구복지루(口腹之累)'로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2008년을 축약하는 사자성어도 만만치가 않다. 직장인은 '마음속에 감추어 참고 견디면서 몸가짐을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은인자중(隱忍自重)'을, 구직자는 '어려운 일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해였다는 뜻의 난중지난(難中之難)'을 가장 많이 답했다고 한다. 이때에도 국민들에게는 일자리가 가장 큰 근심거리였음을 알 수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신정연휴 3일동안 귀향해 여론을 읽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야 정치인은 공히-일부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여전히 하고 있지만-구태정치에 민심이 험악해졌음을 인지했고, '정치변화'는 이 시대 정치인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는 느끼는 것과 현실 정치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하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는 정치는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해 생활과 정신적 궁핍을 동반하게 된다.
올해는 역사적 의미도 크다. 되짚어 새겨보면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건들이 특히 많다. 한일병합 100년, 6·25전쟁 60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화운동 30주년, 6·15남북 공동선언 10주년 등 역사적 기념일이 주기로 이어지고 있다. 고난의 역사를 보면서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깨닫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고난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측이 있어 걱정이 크다. 그래서 한해를 마감하는 2010년 12월 말 선정될 올해의 대표 사자성어가 궁금해 진다. 진짜 국회였다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위해 정력을 다한 한해였다는 성어를 기대하면 어리석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