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맘 때면 미국프로야구 팬들의 시선은왕년의 스타들에게 향한다. 10년차 이상 기자들로 구성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스타가 새로운 전설로 공인받을지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6일(한국시간) 발표된 결과 호타준족의 강타자 앤드리 도슨(56)이 26명의 쟁쟁한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입회 기준(75% 득표)을 넘는 77.9%를 얻어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9번째 도전 만에 뜻을 이룬 도슨은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명예의 전당은 슈퍼스타를 죽어서도 죽지 않고 영생의 길로 이끄는 공간이다.
 
   현역 때 자신의 가치를 거액의 연봉으로 보상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은퇴 후에는 영원한 전설로 인정받는 명예를 얻고 싶어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명예의 전당에 입회해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과 시공을 초월해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대단한 영광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국기처럼 여겨지는 야구에서 출발한 명예의 전당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로 급속히 퍼졌다. 골프와 테니스, 복싱도 명예의 전당을 운영한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1936년 설립.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
 1936년 교타자 타이 콥과 호너스 와그너, 홈런왕 베이브 루스, 대투수 크리스티매튜슨(373승), 월터 존슨(417승) 5명을 첫 입회자로 맞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올해까지 292명을 살아 있는 전설로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203명, 흑인리그 출신이 35명, 감독과 심판이 각각 19명과 9명씩이다. 그밖에 구단 행정, 개척자 등 야구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관심을 끄는 건 BBWAA의 투표를 통해 뽑힌 진정한 스타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뛴 선수가 은퇴한 지 5년이 지나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자격이 생긴다.
 
   BBWAA의 투표에서 75%를 얻으면 곧바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고 5% 이상 득표한이는 앞으로 15년간 계속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득표율이 5% 미만이면 다음해 투표에서 제외된다.
 
   1982년 한 시즌 최다 도루(130개) 기록을 남기는 등 통산 도루(1천406개)와 득점(2천295점) 1위에 올라 '최고의 톱타자'로 손꼽혔던 대도 리키 핸더슨은 지난해 94.8%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후보가 되자마자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반면 통산 타율 0.298에 382홈런, 1천451타점을 기록한 강타자 짐 라이스는 지난해 15번째 도전 만에 극적으로 쿠퍼스타운행 티켓을 얻었다.
 
   명예의 전당에 가려면 현역 때 성적도 좋아야 하고 인격적으로도 팬들의 존경을받아야 한다. 통산 4천256안타를 때려 이 부문 1위를 지킨 안타왕 피트 로즈는 감독 시절 승부 도박을 한 혐의로 영구 추방됐고 명예의 전당 입성도 좌절됐다.
 
   '약물 홈런왕'이라는 오명에 휩싸인 마크 맥과이어도 수년째 BBWAA 투표에서 저조한 득표로 고전 중이다.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1943년 설립.캐나다 토론토)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자극을 받은 아이스하키는 1940년대 초반 캐나다 아마추어 아이스하키협회가 아이스하키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을계기로 토론토에 명예의 전당을 마련했다.
 
   1999년 입회한 '빙판의 황제' 웨인 그레츠키를 비롯해 선수 244명과 감독 등 98명, 심판 15명 등 총 357명이 가입했다. 선수는 은퇴한 지 3년이 지나야 하고 성적도 좋고 품행도 방정해야 한다.
 
   명예의 전당 회원, 언론 관계자 등 18명으로 구성된 '선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고 비밀 투표에서 75% 이상을 득표자가 나오면 곧바로 입회할 수 있다.
 
   75%를 얻은 이가 없으면 2차 투표를 하고 50%를 얻지 못하면 후보에서 탈락한다. 차점자는 50~75%의 득표 구간에서 가려진다.
 
   한해에 뽑힐 선수는 최대 남자 4명, 여자 2명에 국한되고 감독과 심판은 최대 2명씩으로 제한된다.
 
   ◇농구 명예의 전당(1959년 설립.미국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 위치)
 메이저리그 선수를 위주로 뽑는 미국프로야구 명예의 전당과 달리 농구 명예의 전당은 미국프로농구(NBA)는 물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베테랑, 국제 선수 등 4분야에서 회원을 선발한다.
 
   2009년에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명가드 존 스탁턴, '해군제독' 데이비드 로빈슨 등 5명이 영광을 안는 등 총 293명의 선수, 감독, 심판 등이 입회했다.
 
   선수 출신은 메이저리그처럼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다음 자격을 얻는다. 다만 후보를 뽑는 과정은 다르다.
 
   미국 남자 선수, 여자선수, 베테랑(코치, 심판), 국제 선수 등 4분야 '검토위원회'가 1차로 입회 후보를 거른다. 미국 남자 선수는 '검토위원회' 멤버 9명 중 7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다음 관문으로 넘어간다. 나머지 위원회는 7명 중 5명 이상의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어 4개 분야 '검토위원회'에서 온 전문가 12명, 기존 명예의 전당 회원과 농구 행정가, 기자 등으로 이뤄진 12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된 '명예위원회'에서 최종투표를 치른다. 여기에서 18표(75%) 이상 얻어야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다.
 
   ◇미국프로풋볼 명예의 전당(1963년 설립.미국 오하이오주 캔튼 위치)
 미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NFL 명예의 전당에는 작년까지 253명의 스타가 가입했다. NFL 명예의 전당에서 가장 큰 특징은 팬들의 투표로 후보자를 뽑는다는 점이다.

 
   팬들은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선수와 감독 중 마음에 드는 이를 뽑아 NFL 명예의 전당 사무국에 편지나 전자메일을 보낸다.
 
   NFL 명예의 전당 측은 3월과 9월, 10월 등 세 차례에 거쳐 후보를 25명으로 압축하고 11월 팬투표로 최종 15명의 후보를 추린다.
 
   여기에 베테랑위원회에서 추천한 2명을 보태 17명을 두고 44명으로 구성된 선발위원회가 투표한다. 이 선발위원회 멤버는 주로 현직 기자들이다.
 
   투표에서 80% 이상을 득표한 이는 명예의 전당에 직행한다. 1년에 4~7명만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뽑고 투표에서 8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차점자 4명이, 80% 이상을 득표한 이가 7명 이상이면 최다 득표순으로 7명이 영예를 안는다.
 
   박세리가 2007년 가입해 유명해진 골프 명예의 전당은 자격이 제법 까다롭다. 남자는 40세 이상으로 미국프로골프투어에서 10년간 뛰면서 투어 대회 10승 또는메이저대회 2승을 거둬야 한다.
 
   여자는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10년간 뛰고 메이저대회에서 꼭 우승하는 등 포인트 27점을 채워야 한다. 1951년 이후 지금까지 입회한 회원은 126명이다.
 
   1954년 생긴 테니스 세계 명예의 전당은 언론 관계자들로 구성된 패널의 투표에서 75% 이상을 얻은 이를 입회자로 받아 지난해까지 207명(선수는 174명)을 전설로 인정했다.
 
   프로복싱기자협회는 1990년대 후반 은퇴 후 5년이 지난 선수를 대상으로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1980년대 세계 경량급 무대를 주름잡았던 장정구 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 화제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