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엔 여러가지 방식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이 있다. 2010년 인천사회에서 가장 주목할 모임을 꼽으라면 '반지하'와 '띠앗', 2곳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수이지만 '사람을 위한다'는 철학으로 무장한 이들의 삶은 '세상살이에 찌든' 이들에게 청량감을 주고도 남는다.┃관련기사 3면 ┃편집자 주
※ 마을가꾸기로 주민과 찰떡호흡
'공존을 위한…퍼포먼스 반지하'
[경인일보=목동훈기자]'공존을 위한 공공문화 표현집단 퍼포먼스 반지하'. 인천 배다리 일대에서 마을 가꾸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임이다. 이 동네 골목길에는 성인 키만한 단독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퍼포먼스 반지하' 작업·교육장도 그 동네 풍경을 거스르지 않는 아담한 크기다. 주민·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퍼포먼스 반지하'의 철학이 겉모습에도 담긴 것이다.
'퍼포먼스 반지하'는 2001년부터 지역공동체생활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소와 활동방향은 달라졌다. 송림동에서 하다가 재개발로 인해 창영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2006년에는 경인전철 도원역 앞에서 '교육터'를 운영했다. 주민생활을 밀착해 기록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서 마을 환경 개선사업까지 벌이는 등 활동 영역도 더욱 넓어졌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이 모임에 뛰어든 정정석(36)씨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지만 실제 마을은 바뀌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좀 더 실천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반지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집수리도 돕고 있다. 또 마을 역사와 주민 생활이야기를 발굴, 기록하고 있다.
'퍼포먼스 반지하'는 상근활동가와 자율활동가가 이끌어 가고 있다. 자율활동가 꽃길(45·여)씨는 '엄마학교'에 참여했다가 한 식구가 됐다. 꽃길씨는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으로 엄마학교를 다니게 됐다"며 "환경과 재활용 등에 관해 배우다보니 어느덧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반지하'는 기관이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 상근활동가 5명이 운영·활동비를 책임진다. 마을미디어팀·마을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지경(34·여)씨는 "자본에 길들여지는 것이 싫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과 정보를 주민들과 나누면 된다"고 말했다.
※ 한품 두품 주고받는 36.5도 온정
생활공동체 '띠앗'의 지역화폐 실험
[경인일보=김명래기자]"처음에는 흔쾌하지 않았어요. 현금을 받지 않고 장사가 되겠냐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돈 대신 품을 받을 때 기쁨이 크더라구요."
지난 8일 인천 동구 창영동 '박 의상실'에서 만난 박태순(59·여) 씨는 '배다리 생활문화공동체-띠앗'이 발행하는 지역화폐인 '품'을 이용하면서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곳에서 약 35년 동안 맞춤옷을 만들고 낡은 옷을 고치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는 그녀는 띠앗 회원이 되면서 띠앗 통장을 개설했다. 통장에는 '손장식 거울(-3품)', '바짓단 고침(+2품)', '가방·청바지 수선(+4품)' 등의 거래 내역이 적혀 있었다. 거울을 구입하고, 옷 수선을 한 대가다. 며칠 전에는 10품을 주기로 하고 가게 옆 문을 새로 달았다.
띠앗은 스페이스빔 민운기 대표의 아이디어로 지난 2008년 10월 시작됐다. 간단한 교육을 받고 띠앗 회원이 되면 100품을 받는다. '품'은 일을 하는 데 드는 노력이란 뜻이다. 1품은 1천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띠앗 카페에 가면 "블로그 꾸미는 법 알려주시면 7품을 드릴게요", "쌀 포장지에 스티커 붙이면 100장당 5품을 줍니다", "아이들에게 세계사·한국사 특강을 해 주시면 저는 만화수업을 해 드릴게요"라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시작할 때 36명이던 회원은 지금 200여명이나 된다.
띠앗의 창립 취지는 '공동체 회복'이다. 민운기 대표는 "주민들이 서로 대등하게 지식, 노동, 물건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맺기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띠앗처럼 지역화폐운동을 벌이는 단체는 국내외에 2천여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를 전후해 30여 곳에서 지역화폐운동이 시작됐는데, 대전 '한밭레츠'의 경우 매월 1천건 이상의 지역화폐 거래실적을 올릴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월요기획]배다리와 아름다운 가교 눈길끄는 지역공동체 활동 2제
입력 2010-01-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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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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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지역공동체 앞장 '배다리'
201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