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인하대 도서관 열람실이 방학중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강승훈기자]지난 8일 오전 10시 인천지역 한 대학교의 도서관에서 만난 김두엽(28·부평구)씨. 기계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씨의 하루 일과는 전부 도서관에서 이루어진다.

기숙사에서 아침 식사를 대충 해결하고 도서관으로 이동해 책을 펼쳐든다. 한동안 책상과 씨름을 벌이다 '배꼽 시계'가 울리면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겨우 허기를 달랜 뒤 서둘러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은 김씨는 책 속에 파묻혀 밤이 늦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김씨는 얼마 전 폭설이 쏟아지고 한파가 이어졌을 때에도 평소처럼 공부에 매진했다.

취업 준비를 하느라 아예 집에서 나와 기숙사에 살림을 꾸린 김씨는 "인력시장은 갈수록 그 규모가 좁아지고 있다"며 "안간힘을 쓰고 눈높이를 낮춰도 낙방 고지서만 매번 돌아올 뿐"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천지역 대학가 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취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겨울의 한파도 취업을 위해 매진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한다.

"미리미리 대비해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챙취하겠습니다."

인하대학교 3학년 정영민(26·정보통신공학부)씨는 서둘러 취업 준비생 대열에 동참한 사례다. 멀리 부산이 고향으로 지난해 12월 방학과 함께 1주일 간 휴식을 즐긴 뒤 남구 용현동의 조그만 자취방으로 곧장 복귀했다.

지난 10일 정석학술정보관을 찾은 정씨는 추운 날씨에 하얀 입김을 불어가며 가방에서 영어관련 학습서를 풀어놨다. 내년 본격 취업전선에 발을 들여놓기에 앞서 영어평가 토익 점수를 먼저 향상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또 기업이 원하는 영어, 자격증, 어학연수, 학점 등 자격요건인 일명 '스펙'을 충분히 갖출 계획이다.

그는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은 아쉽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맞춰갈 수밖에 없다"면서 "학과 동기들도 서로 스펙을 높이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고 말했다. 정씨는 다음달도 설 명절 이외에는 집에 갈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하대(총장·이본수)의 대표 공부방으로 꼽히는 정석학술정보관. 학교측은 겨울 방학 중 이곳의 하루 이용자를 평균 2천400여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제 1~3열람실은 총 1천334석으로 학생 이외에는 출입이 통제되지만 거의 만원을 이룬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하대는 정석학술정보관과 함께 경상·문과·공과·사회과학대 등 단과 대학별로 도서관 및 세미나실을 마련했다. 각 전공자들에게 정보 공유 기회와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서관은 미래 전문법조인 양성의 산실로 특성화되고 있다.

'개방형 자율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는 재능대학(총장·이기우). 기존 중앙도서관을 개선해 무인 시스템으로 새롭게 구축됐다. 담당 직원이 없는 대신에 모든 절차가 바코드로 인식된다. 이 학교에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을 고려, 전문 교재를 별도 배치 중이며 공무원·자격증반 '재능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학기부터 송도국제도시에 신캠퍼스 시대를 연 인천대(총장·안경수). 전체 좌석이 1천765석 규모의 학산도서관은 학기 또는 방학에 상관없이 항상 학생들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배순희 인천대 도서담당은 "시립대학 특성상 학내 도서관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며 "계절학기 수업이 끝나는 오후 시간대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과 시민들로 붐벼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