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전 세계 최초로 도심지인 송도에서 번식에 성공한 저어새가 월동지로 떠나는 11월 중순.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 만을 방문하여 저어새를 만나고 왔다. 비가 촉촉이 내리는 오후, 송도에서 수 백㎞ 떨어진 이곳까지 쉼 없이 날아왔을 저어새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저어새는 75㎝ 전후 크기에 흰색의 몸과 주걱처럼 넓고 긴 부리를 좌우로 저어서 먹이를 먹는다 하여 이름 붙여진 천연기념물이자 전 세계 개체수가 2천여마리에 불과한 국제적인 보호조류이다. 이 새는 대부분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도 특히 비무장지대 인근의 무인도나 바위섬에서 번식을 하는데 처음으로 도심지인 인천 송도신도시와 남동공단 사이의 남동유수지 인공섬에 지난해 4월 둥지를 틀었다. 이후 인천의 환경단체와 시민모임은 인천습지위원회 저어새네트워크를 만들어 저어새번식일지작성, 언론 및 거리홍보, 매립추진기관인 경제청과의 면담, 저어새책자 발행과 포럼 등 송도갯벌의 중요성과 저어새의 번식 사실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저어새 번식지를 직접 와본 일본의 습지포럼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경이로운 일이라는 찬사와 함께 행정기관에 매립이 중단되도록 강하게 요구하라는 의견을 주었고 람사르사무국에서도 청량산과 승기천 송도갯벌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살리는 것이 신도시 개발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여전히 외자유치를 통해 송도경제자유구역을 동북아의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송도는 지금까지 외자유치는 없다시피하고 아파트와 상가건물이 중심이 되어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최근 중앙정부는 송도를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 전반에 관한 재검토에 들어가 경제자유구역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지역은 개발계획승인을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기존 매립지조차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면서 투자를 위한 면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진 중인 송도의 마지막 갯벌 11공구의 매립 절차를 이제는 그만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여름철새인 저어새는 현재 송도갯벌을 떠나 월동지인 제주도,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성산포 인근인 오조리 내수면과 하도리에서 20여마리가 쉬고 있는데 이곳도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올레길을 내려고 하는 통에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
또한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 만도 송도와 같이 갯벌을 막아 항만시설과 아일랜드시티라는 신도시를 건설하고 일부 갯벌만을 야조공원으로 남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일련의 매립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래저래 저어새는 인간에 의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저어새가 말을 한다면 아니 그 말을 우리가 들을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같이 삽시다. 당신들처럼 우리도 이 지구생태계의 일원입니다. 더 이상 우리를 내쫓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