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세계 경제는 기 한번 제대로 못 피고 잔뜩 풀이 죽어 지냈다. 그나마 각국 정부의 공조체계 강화로 최악의 위기는 근근이 면할 수 있었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예측불허다.
다행히도 한국 경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문제다. 우선 정부가 작년 한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펼친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올 상반기부터 서서히 약해질 것이다. 그렇다 해서 또다시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큰 폭의 재정적자가 난데다 재정을 통한 경기 진작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칫 시중에 풀린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가계와 기업이 받쳐 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그리 만만치 않다. 먼저 가계는 작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빚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1천400만원꼴이다.
엄청난 빚이다. 이 빚을 해결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소득이 늘어야 한다. 그런데 뾰족이 가계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채 실업자만 늘었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실업자 수가 무려 330만명이다. 가계에 의한 경기회복 속도 유지는커녕 잘못하다간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실업자 문제가 우리 경제에 짙은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
기업부문도 어려운 상황이긴 매한가지다. 세계 경제의 이중침체(double dip) 우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를 늘리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특히 각국이 경제를 살리려 쏟아냈던 초저금리 정책, 통화확대 조치 등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거둬들일 것인가에 따라 크게 휘둘릴 수 있어 이리저리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다.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하다. 투자할 돈 빌리기도 힘들어질 판이다. 지난 주 한국은행이 조사한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 전망치가 마이너스 6으로 나왔다. 전망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앞으로 은행대출 받기가 무척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확대 또한 녹록하지 않다. 이미 구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데다 중국을 필두로 신흥국가들의 기세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저가격, 고품질로 한국 제품을 몰아내고 있는 중국의 전방위 공습이 더욱 거세질 태세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형국이다. 이제 중국이 못 만드는 것을 일본보다 싼 가격으로라는 국내 기업들의 전술도 폐기시한이 다 된 듯싶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투자확대를 통해 경제회복의 엔진을 계속 달굴 대책이 절실하다. 최근 두바이 원전수주가 경제동력 발화에 큰 촉매제가 되었듯이 신수종산업을 찾아 고용을 늘리고 노동의 부가가치 제고로 소득을 높일 재료 마련이 시급하다. 서민들의 창업지원을 위한 환경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이에 덧붙여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들 사이에 퍼져 있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반목 그리고 불안감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다.
이번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정부는 보다 명쾌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내걸고, 국민이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행동이 없이는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국민들의 심리를 움직여야 한다. 우리 국민도 경제회복에 기를 모아주자. 그래야 경제도 신이 나 쭉쭉 뻗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