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우 (경원학원재단 상임이사)
[경인일보=]대학 사회의 지난 10년은, 말 그대로 '변혁의 시기'였다. IMF 경제난 속에 허둥지둥 시작된 대학 개혁은 글로벌화라는 명제에 휩쓸려 회오리처럼 일어났다. '똑똑한 한 사람이 10만명, 100만명을 벌어 먹이는 시대를 열자'는 인재 양성론은 대학을 미친듯이 자극시켰다. 서울대의 법인화에서부터 부실대학 통폐합에 이르기까지 별의 별 아이디어가 다 쏟아졌다. 그 중 '수요자가 요구하는 교육체제'가 가장 신선했다. '학교가 하는 대로, 교수가 가르치는 대로'라는 구태가 붕괴되는 조짐을 보였다. 물론 멋지게 고쳐진 것도 많았지만, 상당수는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았다. 요란했던 김대중 정권의 교육개혁은 그것이 왜 필요한가를 알리는 데 그쳤다.

노무현 정권은 DJ정권의 아이템을 숙성시켜 대학을 밀어붙였다. 좌파 정부가 아이러니하게도 양날의 칼을 썼다. 한쪽은 평준화를, 다른쪽 날은 경쟁력을 도구로 날을 세웠다. 대학 쪽에 경쟁력을 요구했다. 그것도 글로벌 마인드의 경쟁력이다. 대학 특성화도 화두로 내걸었다.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경쟁력 없는 대학들을 모조리 골라내 문을 닫게 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MH정권이 특성화였다면, MB정권은 경쟁력 있는 대학에 몽땅 몰아주기 정책을 쓰는 것 같다. 지난 10년간 대학가를 휘저었던 구조조정의 결산서라고 할 수 있다. 초중등은 몰라도 대학사회는 그 생태계가 확 변화되었다. '대학혁명'이라는 책이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도 교육은 수요자를 위한 학습으로,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무풍지대의 대학연구는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쪽으로 풍향이 바뀌었다. 사회봉사도 '시늉내기' 에서 적극 참여로 전환됐다. 대학의 전통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 연구, 사회봉사에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10년 후, 대학사회는 또 어떻게 변화할까. 그리고 대학은 그것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앞으로의 10년은 지난날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변혁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한국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으므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과 인재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문화, 과학, 금융, 경제 등 전 분야에서 공익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글로벌 마인드의 인재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용이 아닌 국제사회 용도의 인재를 일컫는다.

대학에서 이러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혁명에 가까울 정도의 변화가 거듭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말대로 학생과 학교 건물만 빼고 모두 다 바꾸어야 한다. 예로 들면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총장직선제를 폐지한다든지, 학과는 본부보다는 단과 대학장이나 학과장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든지, 대학발전을 위한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든지, 일반 기업처럼 교수와 직원도 능력에 따라 봉급을 받는다든지, 학과평가에 따라 학과의 존폐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든지 등등을 말한다. 국제 대학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교육운용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하고, 그것이 글로벌 기준에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헛일이다.

이것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 탄생에 겁먹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달라고 하면,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해야 한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 특성화되고 특별한 재주를 가진 인재를 길러 내야 대학이 살 수 있다.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학교와 교수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환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했던 것처럼 부닥치면서 확확 밀고 나가야 한다. 대학개혁에 관한한 MB정부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중고등학교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학 구조조정에도 비중을 좀 더 두라는 뜻이다. 한국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인재이고, 그 인재들은 대학에서 양성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의 10년은 지나간 10년보다 더 중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