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순 (변호사)
[경인일보=]고등학교 다닐 때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다. 오래 되어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나그네'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택시에 손님으로 승차하여 타고 갈 때에 운전 잘하는 기사를 만나면 택시 안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거나 택시의 진행상태에 대하여 아무런 걱정하지 않고 앉아 있기만 해도 되고, 택시 기사가 운전을 잘못하는 경우라면 가능한한 다툼을 벌이지 않고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자신이 운전하여 갈 때에는 잠을 잘 수도 없고, 가는 길도 미리 확인하여 두어야 하며, 특히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을 태우고 운전할 때에는 감기는 눈을 비벼가며 조심스럽게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더구나 평소에도 자동차를 청소하고 상태를 점검하여 운전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얼마전 일요일에 그동안 더러워진 자동차를 세차하고 오후 무렵 아파트에 돌아와 주차하려고 하는데 평소와 달리 우리 집으로 들어가는 길 바로 앞 지상 주차장이 비어 있어 기쁜 마음에 그곳에 주차를 했다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그날 저녁에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 지상 주차장을 피해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바람에 지상주차장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자신만을 탓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현명한 선택에 감탄하였다.

진정한 주인의식이란 단지 현재의 관리와 책임뿐만 아니라 앞날을 예상하고 그에 대하여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이런 부분들은 결국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를 일본에 강탈당한 시절에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주인의식을 이야기한 것은 이런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국가의 주인으로서 국민들이 국가를 잘 지켜내고, 또 앞날을 준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였던 것은 아닌가.

앞날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결국 눈이 덮인 자동차를 보고 한숨을 내쉬면서 한동안 놓아두었다가 눈이 녹으면서 생긴 더러운 때가 덮인 자동차를 보면서 정도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점점 자신에 대한 정도 떨어지게 마련일 것이다.

몇 년 전에 절에 가서 주지 스님과 차를 마시던 중 주지 스님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여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출가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할 때 강을 건너기 위하여 뗏목을 타고 왔다가 길을 더 나아가기 위하여 뗏목은 강에 놓아두고 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뗏목에 대한 책임은 불가에서 어떻게 설명하여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드렸다.

그에 대한 답변을 지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 답변이 그 당시 명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강을 건너기 위하여 사용하였던 뗏목을 택시처럼 생각하였다면 그것을 출가에 비유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처럼 생각하였다면 그것을 놓아두는 무책임한 자세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떠오른 생각은 뗏목은 단순한 비유에 불과하였을 것이고, 적절한 시점에서는 집착을 하지 말고 놓아 두라는 가르침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므로 필자가 던진 질문은 궤변에 불과하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뗏목에 대한 책임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자체가 집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내가 운전하는 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것보다 내 차에 타고 있는 아이들이 크면 그들 또한 자신의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미리 운전면허증을 따게 하고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결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세종시 문제를 보면서 집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행동하는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