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이 대학 또는 대학의 연구실을 지칭하는 말로 전용되기도 한 고귀한 이름의 상아탑이 30~40년 전 우골탑이란 해괴한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불리게 된 적도 있다. 우골탑은 문자 그대로 소의 뼈다귀를 쌓아 올려 만든 탑이다. 못 배운 한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줄 수 없다는 일념 아래 땅팔고, 소팔아 서울로 대학을 보냈던 우리네 부모들이다. 지금처럼 현대화한 농기계가 보급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소가 없이 농사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농사일 뿐만 아니라 짐도 실어나르고, 송아지도 낳아 부(富)를 축적하는 최대의 수단이기도 했다.
소를 팔아 보내주는 등록금을 일부 짓궂은 학생들은 향토장학금(?)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대학들은 소 팔아 거둔 등록금으로 번쩍거리는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또는 붉은 벽돌과 검은 벽돌로 건물을 높이 쌓았으니 어찌 우골탑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나 상아탑을 우골탑에 비유한 시절은 어느덧 까마득한 옛 말이 되고 말았다. 30여년 전 4년제 대학교 학비를 감당하고도 남았던 소 한 마리 값이 지금은 겨우 한 학기 등록금이 될까말까 하기 때문이다. 30년 전 소 한 마리 값은 58만8천원으로 국립대학 1년간 등록금 최고가 11만3천500원 기준(최저 5만300원)으로 따지면 4년간의 등록금 전액을 납부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한우(600㎏기준) 수소 평균 산지가격은 570여만원으로 국립대학 1년 등록금 최고가 964만9천원(최저 300만8천원)을 감안할 경우, 1년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소 2마리를 팔아야 한다. 그 것도 요즘 소 값이 사상 최고가인데도 그렇다. 소 값이 9배 오르는 동안 대학등록금은 80배 이상 껑충 뛰었다. 여기에 사립대학의 등록금과 하숙비 교통비를 포함하면 소팔아 대학 가르치기는 어림도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산지 소 값은 300만원대 후반이었으니 대학등록금 대기는 설상가상으로 어려웠을 법하다. 물론 '일하는 소'의 개념에서 80년대 이후 '고기 소'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가치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우골탑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셈이다.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4년간 대학의 학비를 대자면 그야말로 허리가 휘청하고, 기둥뿌리가 뽑힐 지경이다.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을 견디다 못해 학생들은 데모를 하고 총장실 점거 농성도 다반사다. 그렇게 뼈빠지도록 등록금을 갖다 바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도 못하고 '고등 룸펜'만 늘어간다. 가까스로 언제 그만둘지도 모르는 인턴사원이 됐더니 한 달 월급 80만원이 전부란다. 엊그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가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대학생들이 또다시 술렁거린다. 80만원짜리 인턴들이 소 8마리값을 무슨 수로 갚겠으며 또 5.8%의 복리이자는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달에 각 대학이 발표할 신입생 및 재학생들의 등록금에 학부모나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인 '반값 등록금'에 필요한 정부재정은 약 5조원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부자 감세정책으로 줄어든 재원은 올해 20조원이란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여대생이 술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자살에까지 이르는 기가 막힌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그것도 모자라 졸업생들이나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받아내기에 혈안이다.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한숨만 나오는 현실이다. 거액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앞두고 차라리 인골(人骨)이라도 받아주었으면 하는 해괴망측한 생각이 드는 것은 과연 필자만의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