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는 교사 중심의 객관주의적 인식론이 지배하던 시기라 교권왕국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 여건이 너무 열악했고, 교수·학습 자료도 부족했던 시대였으니 대다수 교사들은 맨손으로 사명감을 갖고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체벌이 사람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되어 관대하게 허용되기도 했다. 머리가 길면 영락없이 날 무딘 이발 기계가 머리카락을 뽑다시피 하며 머리 위로 고속도로를 내는 일, 슬리퍼나 의자, 분필이 가득 묻은 칠판지우개 등으로 체벌을 가하는 선생님들의 모습 등은 이미 많은 영화 속에서 그려질 정도로 우리 세대에겐 추억이 된 모습이다.
체벌 속에서 자란 우리 세대 중 어떤 이들은 요즈음 학생들이 천국에서 사는 것이 아니냐며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을 버릇없이 기르는 것이며 학교는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으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범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 인권 수준을 높일수록 교사 인권의 수준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교육관에 입각해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부응하고 소통과 나눔이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그 속에서 학생들이 진취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자율과 책임을 다하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이다. 그래서 학생 인권과 함께 선생님의 권한과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한 가정 한두 자녀로 과잉보호 속에서 연약하게 자란 탓에 인내심이 부족하고 복잡다단한 주위 환경으로 인해 폭력, 집단따돌림, 자살, 가출 등 부적응 행동에 많이 노출돼 있다. 일부 선생님들은 이와 같은 현상과 세대간 갈등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이러한 부적응 학생들을 정서적으로 감싸안고 훌륭한 동행으로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강제 체벌로 다스리기보다는 사랑으로 마음을 바로잡아주어 올곧고 바른 학생으로 키워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 세대가 비교적 덜 발달된 문명 속에서 지금보다 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요즘 세대들은 자고나면 달라지는 최첨단 문명의 이기를 맘껏 누리며 살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이른바 정보의 권력이다. 세대 간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식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듯, 서로가 누려야 할 권리의 다름도 인정해야 하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인권단체의 설문 결과, 아직도 우리 중학생들은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42분, 고등학생은 5시간36분으로 조사될 만큼 물리적 시간에서도 지칠 정도로 과중하게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우리 교육의 여건에서 2000년에 제정된 일본 가와사키시(市) 아동의 권리에 관한 조례 중 아동이 자신을 풍요롭게 하고 힘을 북돋울 수 있는 권리로 제시한 "노는 것, 배우는 것,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것, 정보를 얻는 것,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교육의 목적은 계층간, 세대간, 학자간, 사람수 만큼이나 다의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의적 목적을 지닌 것은 학교이며 교육의 목적은 매우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고 본다. 필자가 생각하는 교육의 목적은 창의적 사고를 지닌 미래 지향적 인간을 기르는 것이며 학교는 이러한 교육 목적을 구현해야 할 의무를 지닌 필연적 공간이다. 창의적 사고를 지닌 미래 지향적 인간을 육성하고자 하는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품격 높은 대한민국 교육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