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필 (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장)
[경인일보=]최근 잦은 눈과 강추위로 월동작물 재배가 어려워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되는 채소류값이 폭등하고 있지만 화훼류 재배 농가는 기름값 상승 등으로 인하여 주름살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40년전에 비해 먹어야 할 인구는 배로 늘었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과 농사를 짓는 사람은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실에서 우리는 과연 농업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가? 또 지금의 농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소비자인 도시민이 고품질의 농산물을 먹으려 한다면 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한 농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농촌과 농업인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의 배려가 있을때 그런 신뢰의 바탕에서 농업인도 청정 농산물을 생산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농업이 쇠퇴하여 농업인이 국민 전체의 식량을 책임질 수 없다면 무분별하게 들여온 수입농산물에 모든 것을 의존해야 된다. 우리 식탁을 수입농산물로 채운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생명을 외국에 맡기는 것이며, 다시 말해 식량안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의 농업을 지키고 발전시켜서 국민에게는 풍요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농업인에게는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농업은 특성상 단기간에 발전시킬 수도 없지만 투자의 효과가 불과 몇 달만에 나타나기도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50년대 물못자리에서 60년대 비닐못자리로 정착되어 가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으며, 기계 모내기는 70년대 중반에 보급되기 시작하여 거의 100%가 되기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이 경과되었다는 사실 등으로 미뤄볼때 농업 분야의 발전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월드워치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현재 세계 인구 1인당 연간 평균 곡물 소비량은 335㎏ 정도인데 앞으로 용수부족, 기술개발의 한계, 인구의 증가, 환경악화 등으로 2050년경엔 200㎏정도로 줄어든다고 전망하였다. 최근 국가별 1인당 곡물소비량을 보면 미국이 750㎏, 한국이 470㎏, 북한이 190㎏으로 2050년경엔 북한 주민의 곡물소비 수준에 머무른다는 이야기다.

한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고도의 선진 산업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업으로 벌어들인 부(富)를 농업에 재투자하여 국가 발전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선진국이 왜 생명산업인 농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지, 식량이 부족한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몇 개국이나 속해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새로운 농업기술 개발, 농촌후계인력 육성, 농업구조개선 등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소홀히 하여 겪을 부작용을 우리의 후대에게 물려주어서는 안된다.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적극 발전시키지 못하면 잘사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국민 모두 농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농업인에 대한 관심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안전하고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게 되는 기틀이며 그래야만 신선한 농산물을 마음놓고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가 된다면 우리의 생명산업인 농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자연경관보전, 식량안보, 전통문화의 계승으로 우리의 후손이 맑고 건전한 사회에서 복(福)을 누리며 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