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무서운 상승세가 거함 삼성화재까지 침몰시켰다.

   대한항공은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09-2010 프로배구 V-리그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토종 공격 3인방 김학민(23점), 신영수(13점), 강동진(10점)이 연쇄 폭발한 데 힘입어 캐나다산 거포 가빈(30점)이 버틴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를 3-0(25-23 25-23 31-29)로 제압했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를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이긴 것은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35경기 만에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 통산 상대 전적에서 9승26패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쾌조의 10연승을 달리며 팀 최다 연승 기록을 이어갔다. 작년 12월22일 KEPCO45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이후 무패 행진이다.

   삼성화재에도 지난달 9일 3-2 승리에 이어 연승했고 상대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더욱이 용병 밀류셰프를 1세트 외에는 거의 쓰지 않고 토종 공격수만으로 이뤄낸 완벽한 승리였다.

   대한항공은 신영철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14승1패의 믿기지 않는 성적을 냈다.

   18승6패가 된 대한항공은 삼성화재(20승4패)에 두 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그동안 겨울 배구 코트에서는 20점 이후 승부에서 삼성화재를 당할 팀이 없었다. 종반 승부처에서 삼성화재의 조직력과 집중력은 10년이 넘도록 최강의 아성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대한항공의 집중력이 훨씬 더 무서웠다.

   1세트 초반 삼성화재는 센터 조승목의 기습 속공으로 재미를 봤고 가빈이 꾸준히 고공강타를 내뿜어 리드를 잡아갔다. 21-19까지 앞선 삼성화재는 마무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위기에서 신영수의 시간차로 활로를 뚫고 상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밀류셰프 대신 투입된 라이트 김학민이 날아올라 역전에 성공했고 다시 김학민의 대각 스파이크로 세트 포인트를 쌓은 뒤 강동진이 마무리 강타를 꽂았다.

   2세트도 같은 양상으로 전개됐다. 삼성이 21-19까지 앞서 갔지만 대한항공은 다시 김학민, 신영수의 연속 강타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새 해결사 김학민은 22-22에서 블로킹 벽이 내려가는 순간 한 박자 늦춰 때리는 노련함을 과시하며 삼성의 혼을 뺐다. 이어 가빈의 공격을 김형우가 철벽 블로킹으로 차단해 세트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대한항공은 3세트에서도 여유있게 리드하다 듀스를 허용했으나 김학민이 숨막히는 듀스 랠리에서 연달아 시간차를 성공시키고 가빈이 마지막 서브와 공격 실책을 범한 덕분에 31-29로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화재는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마지막 가빈의 공격이 터치아웃이라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천안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주상용(10점), 임시형(5점) 등 백업 공격수를 고루 기용해 신협상무를 3-0(25-14 25-18 25-19)으로 완파했다. 상무는 23연패.

   수원에서는 LIG손해보험이 피라타(15점), 김요한(9점) 쌍포를 앞세워 KEPCO45를 3-0(25-15 25-20 25-21)으로 눌렀다.

   여자부에서는 KT&G가 3연승으로 다시 힘을 냈고 흥국생명은 7연패에 빠졌다.

   KT&G는 '엄마 용병' 몬타뇨가 압도적인 파워로 흥국생명의 초반 저항을 잠재워 3-1(21-25 26-24 25-19 25-20)로 역전승했다.

   수원에서는 선두 현대건설이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친 케니(26점)와 가로막기 여왕 양효진(16점.블로킹 5개)을 앞세워 최하위 도로공사를 3-0(25-19 25-19 25-17)으로 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