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경인일보=]형평성(衡平性)과 수월성(秀越性)은 공교육이 지향해야할 가치이지만,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교육제도의 발전과정이 나라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무상의무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형평성이 공교육의 주요 지향가치임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의 형평성은 모두에게 자아실현에 필요한 취학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교육기회의 평등, 누구에게나 동일한 교육여건과 과정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교육과정의 평등,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교육결과의 평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

한편 교육에서 수월성은 최고를 지향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이때 '최고'가 일부 우수 인재 양성 교육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모두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인가에 따라 공교육의 발전 방향에 대한 시각차가 생긴다. 수월성 교육을 일부 우수 인재 양성으로 이해하게 되면, 여기에 인적ㆍ물적 지원을 더욱 집중해야 하며, 교육제도 역시 이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빌 게이츠와 같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뛰어난 인재양성 교육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 초점을 둔 공교육의 수월성 가치는 형평성 가치와 충돌할 여지가 많아지게 된다. 국제중 설립, 외고 및 고교평준화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결국 우수 인재 양성을 지향하는 수월성 교육과 모두에게 교육기회 평등 제공을 지향하는 형평성 교육 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에서 수월성을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형평성의 가치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교육의 형평성이 지향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은 성적에 따라 학생을 분리 선발하는 학교체제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공존하는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각자에게 필요한 최고의 교육이 실현될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나는 핀란드의 사례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휴대폰 노키아 생산국이자 인구 530만 정도의 작은 나라 핀란드 학생들의 국제학력비교평가 최상위 성적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핀란드의 교육을 소개하는 책과 보고서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눈여겨 볼만한 몇 가지 내용이 있다. 첫째는 정부의 풍부한 교육재정 지원이다. 2005년 자료에 의하면 핀란드 정부는 GDP의 5.9%에 해당하는 예산을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GDP의 4.3%를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매우 의미있게 비교된다. 둘째,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적다는 것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는 대표적인 교육여건 지표라 할 수 있다. 2006년도 핀란드의 경우 초등학교 15.0명, 중학교 9.7명인데 같은 해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26.7명, 중학교 20.8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핀란드의 교육여건이 매우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높은 교사의 질이다. 핀란드에서 교직은 청소년들이 매우 선호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대학에서 엄격한 교원양성과정(석사과정 이수)을 거쳐 교직으로 진출하게 된다. 넷째는 학교개혁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1963년 기존의 조기선발제도를 폐지하고 종합학교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일관되게 학교개혁을 추진한 결과 이질적인 학생들로 구성되는 종합학교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요컨대, 오랜 기간에 걸친 종합학교 체제로의 일관된 학교개혁 추진, 교육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투자로 교육여건의 획기적 개선, 엄격한 교사양성을 통한 우수 교사들의 공교육 책임제 등이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로 구성된 종합학교 체제를 최고의 교육시스템으로 만든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우리도 형평성과 수월성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공교육체제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핀란드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