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규 (수원영화초 교사·경기도창의성교육연구회장)
[경인일보=]그래도 이젠 봄이다. 꽃샘 추위가 아직 남았지만 서둘러 봄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기대감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며 봄을 기다리는 설렘은 누구나 똑같겠지만 학교현장은 그 의미가 색다르다. 지금 학교는 새로운 식구들을 맞이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펼칠 준비에 온통 분주하다.

벌써 교육과정의 뼈대를 마련하고 차별화된 온갖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부지런한 학교들 소식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각종 평가라는 인위적인 압력이 아니더라도 이미 공교육 현장은 꽤나 앞선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음을 전국 100대 교육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분기별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반성은 물론 12월 전에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끝내고 다음해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것 또한 전국의 학교현장에서 보편화되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역경을 거치면서도 세계 10위권의 국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정부와 학교, 가정이 하나 되어 보여준 놀라운 교육의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거기엔 '홍익인간'이라는 건국이념이 늘 지켜주고 있었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하고자 했던 조상들의 뜻 깊은 지혜는 늘 우리 교육의 구심점이었다. 따라서 이제 한 발짝 더 나아가 오직 먹고 사는 문제만을 해결하고자 했던 교육에서 벗어나 가진 것을 나누고 온 인류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나눔과 배려'의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발맞추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9개정교육과정'도 '세계와 소통하는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의 정신으로 공동체 발전에 참여하는 사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달 5일 발표한 '창의·인성교육 기본방안'도 역시 '창의와 배려의 조화를 통한 인재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09'에 모인 세계적인 석학들의 생각도 같았다.

하다드 유네스코 고등교육국장은 '대화와 나눔 중심의 교류가 한국 교육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지적하고 배려 없이 혼자서만 잘하는 학생은 미래사회에 필요하지 않다며 학생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기관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히메네즈 세계은행 아·태지역 교육국장도 창의적 인재양성에서 중요한 요소로 조화를 꼽으며 "한국은 굉장히 작은 부품의 조화로 만들어진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들을 배출했듯이 교육도 이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카이스트 수시모집에서 내신성적은 떨어지더라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학생을 선택해 화제가 되었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3년간 1천345시간의 봉사활동을 펼친 여학생이 2009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뽑혀 이제 우리사회도 '배려와 나눔'이 미래 인재의 요건임을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을 향한 연이은 따뜻한 이야기와 '희망2010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처음 우려와는 달리 사상 최고의 모금액을 기록하며 11년 연속 모금 목표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2010년의 대한민국을 벌써 환하게 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