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는 1만3천여명. 지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유입 또는 유출되는 인구가 극히 적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역주의' 성향이 강한 것도 이 선거구의 특징이다. 다시 말해 출신지역에 따라 '표몰이' 또는 '몰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표심의 향방과 고향의 직접 연계성은 선거인 구성에서도 확연히 보인다.
인구 분포로 보면 서해 최북단 백령면에는 지역내 최다 규모인 4천97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 가운데 80%가 넘는 4천여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다음으로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된 '섬 아닌 섬' 영흥면에는 백령에 약간 못 미치는 4천720여명이, 집단마을을 형성한 북도면에는 2천180여명이 거주한다. 덕적과 대청·연평·자월면은 각각 1천100~1천800명 수준이며 4곳을 합치면 대략 6천66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치열한 선거전에서 친·인척이 선거 운동원으로 활동하면 이보다 든든한 버팀목은 없을 것이다. 옹진의 경우 차량으로 이동이 불가한 지리적인 여건상 후보자가 25곳 유인도를 다니며 일일이 안면(顔面)을 내보이기 힘들다. 이 때문에 현지 가족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80%를 상회하는 투표율이 유지됐다. 입에서 입으로 퍼진 후보자의 친밀감과 인지도가 대거 유효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새로운 인물론이나 눈에 띄는 정책·공약 대결은 실종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1995년 실시된 초대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부터 바로 직전에 열린 2006년까지 네 차례 선거 모두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박빙의 승부보다는 뻔한 해답이 미리 도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1회 지방선거 후 내리 3선을 연임하며 12년간 공직에 몸 담은 조건호 전 군수가 대표적이다. 1995년 민자당 후보로 단독 출마해 '무주공산(無主空山)'에 새 주인으로 깃발을 꽂았고, 장기집권의 아성에서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그 누구도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그러다 2006년 오랜 수장이 떠나면서 잠시 혼란기를 맞는 듯했다. 여·야는 물론 무소속에서 최적의 적임자를 배치, 팽팽한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결론은 현 조윤길 군수의 낙승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매섭게 불던 한나라당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대항마로 등장한 열린우리당 김철호 전 군의원이 30%대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쳐 차점자로 아쉬운 발걸음을 뗐다. 김 후보는 영흥면의 막강한 표심을 배경으로 등정에 나섰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옹진군에서는 이른바 '대어급'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현 군수가 꿰찬 자리를 뺏어낼 또 다른 대어의 발굴이 좀체 실현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3선 군수가 배출된 사례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이유로 옹진의 선거판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예비 주자도 현저하게 드물다. 승산이 없는 싸움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 한나라당=연임 의지를 구체화한 조윤길(61) 군수. 아직 공천 확정이라는 중요 변수를 남겨뒀지만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위에 경쟁 상대가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또 재임 시절 7개 면 어느 한 곳의 살림에도 소홀하지 않았으며 시와 군에서 두루 섬 행정을 다루면서 쌓은 오랜 경험이 노련미를 더하고 있다. 더욱이 최대 표밭으로 거론되고 있는 백령에 적을 뒀다는 것이 현직 메리트와 더불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영흥면 선재리 출신 엄광석(63) SBS 전 앵커는 중앙 정·관계 분야에서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거기에 외교부 주미공보관을 역임하며 국내·외 무대에서 펼친 뛰어난 역량이 돋보인다. 반면 지역에서 관심을 끌기에는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출마 의지와 관련, 그는 '시기상조'란 짧은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밖에 당초 후보군 물망에 올랐던 이상철(66) 시의원과 김필우(61) 전 시의원, 최영광(61) 군의원은 각각 자치단체장 이외 자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공천 경합은 물론이고 후보 단일화의 분위기가 짙다.
■ 민주당=지난 선거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던 김철호(60) 전 군의원. 과거 백령면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나오면서 분산된 표심 분위기를 타고 당선까지 거의 장담했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한 1만166명 중 2천979표를 획득,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다. 얼마 전까지 설욕전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며 관심을 끌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유력 후보자 중 한 명인 방귀남(57) 전 군의원 역시 입장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3선에 걸친 의정활동으로 지역사회와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자월면이라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텃밭 사정으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 격전지 포커스
100여개 섬 해상 교통체계 개선 시급… 인구의 20% 고령… 사회안전망 절실
인천 앞바다에 산재되어 있는 100여개 유·무인 도서로 형성된 옹진은 해상교통 체계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기상 악화로 여객선이 운항을 중단하면 고립된 섬 마을의 고통은 더욱 심화된다. 외부와 접근상 어려움은 천혜 자연환경을 보전했지만 현지 주민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다. 주거, 교육, 보건의료, 사회 등 다양한 복지정책 분야의 사각지대로 전락시켰다. 일례로 섬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육지로 이송한 뒤 수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69㎢의 행정구역 면적은 농지가 17.8%, 임야가 72.4%를 각각 차지한다. 또 생계 수단으로 농업 종사자가 24%, 어업이 22% 수준인 대표적 농산어촌 지역이다. 즉, 저소득 취약계층의 분포가 전반적으로 높고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20%에 이르고 있어 노약(老弱)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