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의 데뷔곡 '외톨이야'가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와 유사성이 있다는 표절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네티즌은 '외톨이야'의 후렴구가 '파랑새'의 멜로디와 흡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와이낫은 지난 1일 '외톨이야'의 공동 작곡가인 김 모ㆍ이 모씨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인디 음악계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가 지킨다!'라는 주제로 무료공연 '인디권리장전'을 이달 말과 다음달 초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씨엔블루 측도 지난 5일 "두 노래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시비를 가릴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인디 밴드의 수난, 대형 기획사의 횡포'로 모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이런 표절 관련 공방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2006년 이효리의 '겟 차(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Do Something)', 2007년 문근영이 광고에서 부른 '앤 디자인(& design)'이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 지난해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가 플로라이다의 '라이트 라운드(Right Round)'와 유사성이 있다며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잇따른 표절 논란은 일부 네티즌의 문제 제기-언론 보도-양측 공방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 이를 막을 해결책을 가요 관계자들로부터 들어봤다.

   ◇기형적인 구조의 음악시장도 문제
   많은 작곡가들은 법적인 판단에 앞서 인터넷을 통해 표절이라는 단어가 남발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의도적인 베끼기'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유명 작곡가는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일부는 이태원 등지 클럽 DJ들이 듣는 음악을 표절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중이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음악을 손쉽게 접하는 상황에서 의도적인 표절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7년 경력의 또 다른 작곡가는 "이미 오선지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코드 진행은 1960-70년대 모두 나왔다"며 "음악은 감성과 수학처럼 코드 배열의 조합이다. 팝에서 비슷한 코드 진행을 쉽사리 찾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히트 작곡가는 이 조합을 잘 아는 것이며,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멜로디를 모티브로 곡을 쓰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더라도 유사성이 생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요 관계자들은 작곡가들이 표절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대중음악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 삼는다.

   음악 시장이 어려워지다보니, 검증된 작곡가 몇명에게 곡 의뢰가 집중돼 짧은 시간에 다량의 곡을 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비슷한 곡이 양산된다는 것이다. 또 싱글 곡 한두 곡에 승부를 걸려는 음반제작자들은 '레퍼런스(참고곡)'를 제시해 작곡가들이 이미지 카피, 유사 멜로디를 조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한 곡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히트한 미국 팝,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유럽 곡을 작곡가에게 주고 '이러한 스타일로 써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며 "또 히트 작곡가에게 곡 의뢰가 쏠리는 것도 이들을 성공을 위한 보증수표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표절 심의기구 등 제도적 장치 시급
   국내 작곡가와 음악 관계자 가운데 '두 소절(8마디) 이상 멜로디가 같지 않으면 표절에서 벗어난다'는 오해를 하는 이들도 있다.

   1990년대까지 공연윤리위원회가 사전 음반 심의 내 '표절 심의제도'를 통해 '두 소절 이상의 음악적 패턴이 비슷할 경우' 제도적인 철퇴를 내렸지만 1999년 공연법 개정으로 사전 음반 심의 기구가 없어지며 관련 규정도 소멸됐다.

   대신 원저작권자가 법원에 고소장을 낼 경우에만 실질적 유사성과 접근성 등에 근거해 표절 여부를 가리다보니 창작자들의 안일함을 부채질한 것도 사실이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첫째는 작곡가의 양심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인 논란을 방지하려면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중에는 창작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유명 작곡가 황세준 씨는 "표절 시비 근절을 위해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로 표절 심의 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곡 발표 전 이를 검증한다면, 법적인 판단을 받기 전 표절 작곡가로 낙인찍히는 억울한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진주 역시 "표절에 대한 분쟁, 논쟁을 종식할 체계적인 전문기관과 인력이 필요하다"며 "저작권 침해는 소송으로 대응해야 하는 친고죄이므로, 침해를 받은 경우에는 소송이 아니어도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T뮤직의 퍼블리싱 담당자는 "현재 리메이크, 샘플링, 표절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저작권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