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 (인하대 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중국이 미국에 대해 강하게 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 결정으로 촉발된 긴장 국면은 티벳문제를 둘러싼 설전을 거치면서 통상분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타이완에 무기판매를 하는 미국기업을 제재하고, 중-미 군사교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의 대응은 얼마나 격렬하든 정당하다"며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서 미국은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를 보여왔기에, 이번 제재조치는 외교적 마찰을 다루는데 있어 다른 강경조치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단순한 마찰이 아니라 중국이 미국에 대해 주도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지난 1~2년 전을 회고해보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사용하던 외교적 수사를 중국이 사용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G2의 시대라고 하더니, 이제 중국이 대놓고 미국에 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국면으로까지 변화한 것이다.

도요타 사태에 묻혀 그렇지, 중국의 제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수세적이다. 양국이 서로를 무시할 수 없고 국제문제에서 협조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얘기와 함께,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는 미-중 수교 이후 줄곧 지속되어온 관행이고, 중국도 이를 이해해 왔다는 정도다. 티벳의 달라이 라마와 오바마 대통령이 만난다는 발표에 대해, 만약 미국이 실제적으로 면담 결정을 한다면, "중국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으름장에 대해서도, 미국은 예정대로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태가 와도, 이를 상호이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자"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중-미관계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보면, 타이완과 티벳 문제에 대한 중국의 이번 대응은 과거와 분명히 다른 것이고, 미국 이외의 국가에 대한 외교적인 대응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과연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지속되어온 중-미관계 중심외교에서 벗어나, 진정한 하나의 독립적인 외교강국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외교정책의 근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단순히 세계적인 관심사일뿐 아니라 한반도의 현재, 미래와 연관되기에 중국의 변화는 항상 눈길을 끄는 사항이다.

주지하다시피 개혁개방 후 지난 30여년 중국의 외교정책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유소작위(有所作爲), 화평굴기(和平堀起)로 변화해 왔다. '실력이 있으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도광양회는 중국이 경제개발이라는 국내적 문제에 집중하고, 외교적으로는 불개입 원칙이자 현상 유지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미국 위주의 세계질서를 사실상 받아들이고, 자신들은 실력을 키운다는 원칙이다. 10년전 장쩌민 주석 통치시기에 '행사할 수 있는 곳에 힘을 행사한다'는 유소작위로 국제문제에의 제한적 개입이 있었고, 현 후진타오 주석이 취임하면서 제시한 '평화적으로 대국화한다'는 화평굴기가 있었지만, 주변국 등 세계의 중국경계론으로 슬그머니 그 모습을 감추어왔었다. 그러기에 중국외교정책은 도광양회가 그 중심을 이루었고, 그 결과 발전한 중국이 세계체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임승차'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한반도 핵문제를 비롯, 지난 5~6년간 중국은 국제정치에서 목소리를 서서히 넓혀온 것이 사실이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에 버금가는 G2로 대우받으면서 중요한 국제적 역할자로 변모해 왔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G2라는 외양이 아니라, 그 외양을 담보할 내용의 구성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미국에 대한 외교적 제재(?)는 중-미관계에서 새로운 시도이고, 중국외교정책의 내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드는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 항상 사용하던 티벳문제에 대한 보복조치를 이번에 미국에도 한번 시도해봄으로써, 자신들의 외교적 기본원칙을 재천명하는 성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중국의 이번 외교적 조치는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핵문제 및 통일문제가 걸려있는 한반도 이웃의 변화가 그러기에 더욱 관심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