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부터 입주가 예정된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청라지구 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파트 건설공사로 인한 불편과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등 국제도시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목동훈·임승재기자]인천 청라지구 입주 예정자의 민원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오는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되지만 무엇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청라지구 입주예정자들이 제기한 민원은 '투자유치 프로젝트 조속 추진'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보령화력발전소 복합화력설비 이전계획 취소' 등 10여 가지다. 이들 민원에는 '청라지구에 대한 실망'이 담겨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제도시를 만든다고 해서 아파트 분양을 받았는데, '신도시'보다도 못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방식의 문제점도 내포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LH 자금난과 세종시 개발문제까지 터져 청라지구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국제도시 가능한가=청라지구 입주예정자들의 민원 내용은 크게 교통, 교육, 환경, 외자유치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부분은 국제도시가 갖춰야 할 기본 요건. 청라지구가 국제도시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 민원에서 드러난다.

국제도시는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여건이 우수하고 주거환경이 좋아야 한다. 또 기업이 들어서 자족기능을 갖춰야 한다.

청라지구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주변에 화력발전소가 있는 등 매우 열악하다. 입주예정자들이 청라지구를 선택한 이유는 '국제도시'(경제자유구역) 한 가지다. 그러나 씨티타워 건설과 외국대학 유치 등 '투자유치 프로젝트'는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시의 '핵'이 빠져 있는 상황이다.

청라지구의 핵심 시설은 국제금융·업무단지다. 일반 신도시의 경우 사업성이 낮거나 시설 유치가 어려우면 용도·계획 등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은 조성 취지가 택지개발과 다르기 때문에 나대지로 둬야 할 판이다. 또 국제금융·업무단지가 조성되지 않으면 도시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유석준 청라지구 입주예정자연합회장은 "LH가 홍보해 왔던 사업들이 지금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며 "금융 중심지 선정을 앞두고 인천시가 청라 대신 송도를 후보지로 선정하는 등 중요한 것들이 다 송도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아파트 팔아 국제도시 조성?=청라지구의 문제점은 신도시 개발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라지구는 신도시와 같이 아파트 분양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공동주택 용지를 먼저 분양해야 하고, 입주예정자를 중심으로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송도국제도시도 그랬다. 송도국제도시 역시 2005년 4월 첫 아파트 입주때 쓰레기 수송관로 설치사업조차 완료되지 못했다. 주민 편의시설이 거의 전무했으며, 외국인 학교와 병원 유치가 협상 단계에 있었다.

당시 한국토지공사 인천본부 관계자는 "송도가 경제자유구역인지, 신도시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며 "청라지구는 공동주택 용지를 먼저 공급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했다.

그러나 청라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는 5월 청라지구에서 2005년 4월 송도국제도시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전망이다.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 경제자유구역연구센터장은 "현재 아파트가 입주한 뒤 근린생활시설, 상업시설, 업무시설이 들어서는 패턴이다"며 "외투 기업은 당장 비즈니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시설이 집적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LH는 빈손으로 들어와 빈손으로 나가는 구조다"며 "돈이 추가로 드는 사업은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했다.

■ 청라지구 잘 될까=LH의 자금난과 세종시 개발참여로 청라지구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LH는 인천에서 검단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 서창2지구, 가정 보금자리주택지구, 루원시티 도시재생사업, 청라지구, 영종지구, 주거환경개선지구 등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까지 LH의 자금난으로 취소된 사업은 없다. 하지만 통합 전보다는 추진력이 다소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상수 시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지역언론사 기자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LH가 검단신도시와 청라지구는 그대로 추진할 것이다"면서도 "아들이 아버지를 걱정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통합과 무관하게 청라지구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다"며 "오히려 LH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경제자유구역사업처를 신설하는 등 경제자유구역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