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농협중앙회 경기본부장)
[경인일보=]신종 플루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지난 달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였다. 약 8년여 만에 다시 발생하게 되어 경기도 농축산업의 수장(首長)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기록적인 폭설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데다 설상가상으로 '구제역'이라는 대형 폭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 7일 처음 포천의 한 농가에서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이후 38농가에서 소 2천여마리 등 모두 3천518마리가 매몰처분됐다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축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열정을 가진 한국 농업인들이기에 최근의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아픔은 그 이상일 것이다. 더욱이 아침까지도 두 눈 초롱초롱하던 수십여 마리 소들의 생(生)을 사(死)로 바꾸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살(殺)처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은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으로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방역조치이나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마음이 혼란스럽다.

구제역(口蹄疫·FMD· Foot and Mouth Disease)은 소, 돼지,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게 나타나는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입·혀·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증상을 보이며 치사율이 최대 55%에 달하는 무서운 가축 전염병이지만 사람에게는 전혀 감염되지 않는 질병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56℃에서 30분, 76℃에서 7초 가열시 사멸되기 때문에 소·돼지고기 섭취시 고온에서 가열해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구제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부족 등으로 많은 도민들이 포천, 연천 등 발생지역 소고기나 돼지고기 먹는 것을 꺼리면서 농가의 피해가 확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악성 가축 전염병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축 질병관리와 축산물 안전 확보는 이제 인류의 공통과제가 됐다. 가축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차단하고 축산 농가의 피해와 축산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세계 각국의 방역당국과 축산업체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축관련 질병들을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차단하기란 불가능하다.

8년 만에 국내에서 다시 구제역이 발생한 곳이 애석하게도 경기지역이지만, 경기도와 시·군, 농협은 농수산식품부의 총괄 하에 침착한 대응과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한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구제역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축산농가라고 하더라도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한우, 돼지고기라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현재 전국 대부분 가축시장이 폐쇄되면서 축산 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일부 조합을 중심으로 가축중계매매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거래가 미미해 유통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 도매가격은 구제역 발생 이후 10%가량 떨어져 설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위축으로 소매값까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어 축산농가의 시름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 경기도내 축산 농가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우리 축산업은 말 그대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안으로는 '구제역'으로, 밖으로는 각종 FTA로 인한 저가 외국산 쇠고기의 국내시장 범람으로 축산 농가는 큰 혼란과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