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목동훈·임승재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라지구에서 추진하는 대형 투자유치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이 '시간과의 싸움'인 점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LH의 투자유치 기본방향은 '공모'와 '장기임대'. 현 시점에서 이들 투자유치 방식을 평가하기 이르지만 실효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 좋은 투자유치 방식을 찾자는 취지다. 특히 투자자 공모방식은 특혜 시비를 방지할 수 있지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LH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향후 투자유치가 잘 안될 경우 누가 책임지느냐의 문제가 있다.
■ 투자유치 줄줄이 연기·무산='국제업무타운'은 첫 우선 협상자였던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LH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LH와 기한 내에 협약을 맺지 못한 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 국제업무타운은 127만4천㎡ 부지에 총 6조2천억원을 들여 초고층 업무용 빌딩과 관광·휴양·상업·주거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이후 차순위였던 포스코건설 컨소시엄(현 청라국제업무타운(주), FDI 신고액 248억원)과 협약을 맺은 LH는 올 상반기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성 확보 방안으로 '국제업무시설용지 내 오피스텔 건축'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LH가 컨소시엄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국제업무시설용지에 사실상 주거 용도의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서 국제업무타운의 본래 기능이 퇴색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WTC청라 컨소시엄의 투자 제안을 받아 시작된 '국제금융허브'(51만5천㎡)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컨소시엄 측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탓이 크지만, 앞서 LH가 이들의 실체와 사업수행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다. LH 관계자는 "오는 10월에 있을 국제공모에선 제출된 사업계획서가 과연 실현 가능한지, 사업자는 외자유치 능력을 갖고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 검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공모·장기임대 경쟁력 있나=LH는 청라지구 외자유치 용지를 20년(추가 10년 가능) 장기임대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제업무타운 등이 그렇다. 임대방식은 외투기업의 초기 자금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외투기업을 사전에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당초 LH는 외투기업에 3.3㎡당 20만~40만원(원형지 가격) 선에서 토지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임대방식은 LH가 청라지구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재산세 등의 각종 세금도 LH 부담이다.
LH는 민간 사업자 선정에 있어 특혜 소지가 적은 '공모'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정 사업자에게 독점적인 지위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계약이 파기될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실제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인해 각종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그러나 공모가 꼭 좋은 방식은 아니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아니면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단적인 예가 청라지구 외국대학 유치사업이다. LH는 이 사업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라지구 외국대학은 골프장 주변 부지 27만7천㎡ 규모로, 2012년 개교를 목표로 사업이 추진돼 왔다. 공모가 3차례나 무산된 이유는 외국대학 입장에서 청라지구가 그리 매력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와 부대시설 조성비 수백억원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다, 마땅한 수익 모델도 없는 상황이다.
시와 인천경제청은 송도국제도시에 학교 건물과 각종 편의시설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외국대학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헌석 인천경제청장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LH가 하는 공모 방식으로는 외국대학을 절대 유치할 수 없다"며 "외국대학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외국대학·기업 유치 능력 있나=청라지구 투자유치 업무는 LH 본사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사업처'가 맡고 있다. 인천에 있는 '인천지역본부'와 '청라영종직할사업단'은 주로 시공 업무를 하고 있다. 업무가 이곳저곳에 나눠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사업처는 청라지구와 영종지구는 물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사업까지 담당하고 있다.
LH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한 기관이다. 토공의 주요 업무는 택지와 산업단지 개발이고, 주공은 주택 건설·관리가 주 사업이었다. LH 본사에 '경제자유구역사업처'가 있지만 투자유치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고 LH의 재무 건전성이 좋은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도 불안하다. 외투기업이 투자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행정의 연속성이다. 이들은 단체장의 임기, 지방의회 동의 여부 등까지 따진다고 한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LH는 투자유치 능력이 없다"며 "개발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외국학교나 병원을 공모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며 "투자유치에 수동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부처와의 협의 관계도 중요하다. LH는 국토해양부 산하 중앙공기업. 투자유치를 위해선 외교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중앙부처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사실 다른 사업지구도 LH가 도시기반만 조성하고, 지자체가 투자유치 활동을 한다"며 "LH가 투자유치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안내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또 "그럴 바에는 투자유치 용지를 지자체(시)에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