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어제까지 앙숙이던 사람이 급격히 화해하면서 끝난다든가 하는 안일한 엔딩은 하지 않을 겁니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지붕킥)'의 이영철 작가는 한눈에 보기에도 작가티가 물씬 나는 모습이었다.

   1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작업실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는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진한 커피를 마시며 담배도 여러 개비를 피워물었다. 그 때문인지 유독 머리가 커 보였다. 저 머릿속에 그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웃음보따리가 가득 차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방송이 시작할 때 나오는 크레디트에서 그의 이름 대신 들어간 '새우등'이라는 별명도 떠올랐다. 늘 허리를 굽히고 대본 원고에 얼굴을 파묻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대본 작업에 매달리기 때문에 주변 작가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먼저 물어본 것은 역시 '지붕킥'의 엔딩이었다. 누리꾼들이 수많은 추측과 '괴담'을 늘어놓는 가운데 이영철 작가는 엔딩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다. 힌트만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는 "제작진 내부에서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 대략적인 큰 그림은 다 그려진 상태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더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엔딩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슬픈 엔딩이라도 시청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면 '해피'한 것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극 중에서 해리(진지희 분)가 신애의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등 착해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엔딩을 위한 '해빙' 분위기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해리의 변화는 처음부터 기획했던 것"이라며 "해리뿐 아니라 신세경, 신애 등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의 성장 이야기가 '지붕킥'의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애가 갖지 못한 것을 해리가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신애가 가진 것을 해리가 갖고 있지 못한 것도 많다"며 "해리와 신애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쉬운 나이이고, 변하기도 쉬울 나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신세경이 '사랑니'를 뽑으며 이지훈(최다니엘)에 대한 마음을 접는 사랑니 에피소드와 황정음이 해변에서 술에 만취해 쓰러지는 '떡실신' 에피소드를 들었다.

   그는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TV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영화나 책도 거의 못 본다"며 "지금도 '지붕킥'만 보고 있는데, 대본을 쓴 작가도 영상을 볼 때는 시청자로 돌아가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붕킥'을 통해 가장 성장한 배우로는 서신애와 진지희를 들었다. "처음 제작발표회 할 때부터 두 아역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는데 진짜 연기가 더 성숙해져서 120%를 해줬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두 아역 배우는 작품을 하면서 키도 더 컸다"며 웃었다.

   한편 '지붕킥'이 시트콤이 아니라 드라마처럼 돼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붕킥'은 신세경과 신애의 상경기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드라마적 요소가 있는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런 것이 한국적 시트콤이 아닌가 생각하고, 너무 이야기가 신파 쪽으로 흐르는 것만 경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지금 종영을 앞두고 주말마다 수정 대본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는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 때는 연기자와 스태프가 모여 마지막회를 함께 보면서 종방연을 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다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지붕킥'이 끝나면 어디로 잠깐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곧 종방할 '지붕킥'에 대해 시원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차기작은 정해졌는지 묻자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가능하면 시트콤을 계속하고 싶다"며 "20-30분 안에 어떤 일화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호흡이 무척 재미있어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시트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