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은행들의 지난해 성적표에는 일회성 요인들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1, 2위였던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의 실적 개선은 보유 지분 매각과 세금 환급 등 일시적 요인이 큰 보탬이 됐다. 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2년째 자산 규모에 비해 많은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중소기업 대출 증대 등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당국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이익 확대에만 골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천538억원으로 전년보다 4배 급증하면서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실적 호조에는 일회성 요인이 포함돼 있어 실적 개선 행진이 지속될지 여부는 의문시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순익에는 세전으로 현대건설 지분 매각 이익 2천900억원과 전산센터 매각 차익 1천383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6천억원 수준에 머물게 된다.

반면 작년 순익이 2천739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나쁜 성적을 낸 하나은행의 경우 일회성 수익과 비용을 반영하면 순익이 3천억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하나은행은 직원 명예퇴직과 메릴린치, BOA간 합병 관련 충당금 등으로 약 1천3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반면 BC카드와 포스코 지분 매각 등으로 약 620억원의 일회성 수익이 생겼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해 순익이 8천917억원으로 전년보다 13.9%(1천91억원) 증가하면서 2위로 올라섰다. 외환은행 역시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익 1천368억원과 법인세 환급금 2천296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빼면 5천억원대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외환은행의 자산 규모가 107조7천억원으로 6개 은행 중 가장 적은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좋은 실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외환은행이 수익 증대를 위해 중소기업 대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등 금융기관의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에만 신경을 많이 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2008년말 정부의 외화지급 보증을 받으면서 중소기업 지원 등 실물경제 지원의무를 담은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정부와의 MOU에 따라 외환은행은 중기대출 증가액을 총대출 증가액으로 나눈 백분율인 중기대출 비율 47%를 목표치로 내걸었지만, 결국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MOU상 중기대출비율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곳은 외환은행과 SC제일은행 뿐이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총대출이 9천800억원 증가하는 동안 중기 대출은 오히려 8천7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MOU 약정을 다시 체결한 2009년 5월 이후 적극적인 중기대출 증대를 추진했고, 격월 기준으로 5~6월과 9~10월 등 두차례에 걸쳐 중기대출비율을 달성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환은행은 과도한 배당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510원씩 총 3천289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세전으로 1천678억원을 배당받게 됐다. 론스타가 4년 연속 배당으로 확보한 돈은 모두 8천560억여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지난 2007년 6월 외환은행 지분 13.6%를 매각하면서 받은 1조1천927억원을 합할 경우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회수하는 금액은 총 2조487억원으로 투자원금 2조1천548억원의 9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