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욱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경인일보=]최근 우리 경제는 비교적 순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생산 및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고 민간 소비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올해 우리 경제가 5% 내외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라 지칭되는 일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G2 국가들(미국·중국)의 긴축정책 실시 가능성 등의 악재가 돌출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가능성도 제기하는 등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향후 우리 경제의 향방을 보는 경제주체들의 시각은 어느 쪽이 우세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시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중 하나가 장·단기 금리 차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장·단기 금리차는 향후 약 10개월후 경기를 예고해 주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통계청에서도 2006년부터 장·단기 금리차를 경기선행지수의 구성 항목으로 활용하는 등 경기변동에 대한 예측변수로서 장·단기 금리차의 유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의 금리는 곧 상품시장의 가격과 동일하며,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모든 정보와 전망이 반영되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장·단기 금리차를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경제 전망, 기대인플레이션 등의 장기적 요인과 정책금리 변동, 채권수급 등의 단기적 요인을 들 수 있다.

통상 경기회복기에는 생산 활동이 활발해지고 물가가 상승하므로 경제 주체들은 향후 금리 수준의 상승을 예상하게 되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여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된다. 반면 경기후퇴기에는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거나 또는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편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조정시 단기금리는 이를 즉시 반영하지만 장기금리는 향후 경기의 향방 예측에 따라 상승 또는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조정된다. 또한 채권시장의 수급에도 영향을 받는데 만기별 채권발행 규모, 안전자산 선호도에 따른 장·단기채권 투자 비중 변화 등에 따라 변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국고채 3년물 수익률에서 1일물 무담보 콜금리를 뺀 장·단기 금리차가 2.35%p로 9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같이 최근에 나타난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우선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2%로 장기간 고정시키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우리 경제가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장기금리가 상승한 결과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면서 장기 금융자산 투자를 회피하고 단기 금융자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의 일면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앙은행의 전망과 달리 저금리에 따른 높은 유동성에 기인하여 향후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전년동월대비)로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 증가율 기준치(3.0%)를 상회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동절기 3개월간 물가가 0.9% 오르면서 6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에서 단기금융상품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 안정적인 장기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자금 차입을 저해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통화당국의 물가안정에 대한 정책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금융기관들은 미래의 경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일수록 한국은행의 정책을 신뢰하고 시장과 원활히 소통하면서 시장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데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