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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부 남문주(45·인천 연수구)씨는 올해 3월 둘째 딸 김유정(13)양을 중학교에 보낸다. 마냥 어리고 귀엽게만 보이던 막내가 벌써 중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과거 자신의 모습이 흑백영화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인천 토박이인 남씨는 지난 1979년 간석초등학교를 나와 인천여중으로 진학했다. 중학교를 다닌다는 설렘과 긴장감에 입학식 전날에는 잠까지 설쳤다.
중학생이 된 기념으로 아버지께서 사주신 책가방과 실내화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신발을 신고 벗기를 수 차례 반복했지만 전혀 지겹지가 않았다.
당시 단발 머리였던 남씨는 행여나 등굣길을 헷갈릴까 오빠 손을 잡고서 사전 답사까지 모두 거쳤다. 모래 먼지가 흩날리는 교정을 찾아 벤치에 앉아보고 빈 교실을 구석구석 둘러봤다.
입학 당일에는 운동장 한 편에 또래 아이들과 인파 속에서 교단 위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들었다. 혹시 본인에 대한 언급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막연히 선생님이 되길 꿈꾸었던 막 10대를 넘긴 한 소녀의 중학생 시절이 엊그제 같이 생생하다. 어느덧 세월은 30여 년이 훌쩍 흘러 한 가정을 이루고 두 자녀의 부모가 됐다.
남씨는 "예전에는 학교 수가 적어 통학거리가 버스를 타고 30분을 넘지 않기만 바랐다"며 "역사가 오래된 학교가 명문으로 꼽혀 부모들이 선호했었다"고 회상했다.
입학을 열흘 가량 남겨둔 유정이는 집 인근 S중학교에 배정됐다. 1지망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2지망으로 우수 학군에 속한다.
연수구를 인천에서 유난히 학구열이 뛰어난 지역이라고 소개하는 유정이는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별도 학습이 필요하다"면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 먼저 과정을 익히는 게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남씨는 유정이에게 진학 선물로 용돈이 든 봉투를 건넸다. 최신 MP3나 휴대전화는 벌써 사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을 구입하라는 의미였다. 노트북을 사줄까 고민하다가 가족 전체가 사용하는 오래된 데스크톱을 교체하기로 서로 합의(?)했다.
유정이는 "영어 수업 때문에 전자사전을 휴대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어머니에게 잠시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빠듯한 학원 공부에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한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봄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우수(雨水)를 막 지났다. 겨울잠에 들었던 동물들이 깨어나면서 우리의 자녀들도 오랜 방학을 뒤로하고 학교에 갈 채비를 마쳤다. 다음주가 지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등 모든 교육과정이 일제히 새 학기를 맞이한다. 바야흐로 입학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문을 들어설 때 갖는 새로운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다. 반면 시간의 흐름 만큼이나 변한 것들도 적지 않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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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입학식 많이 변했네"인천 문학초등학교 입학식에서 2학년생들의 입학축하 꼭두각시 춤을 신입생들이 감상하고 있다. |
■ 달라진 이색 풍경
과거 입학식은 학교 운동장이나 강당에 사뭇 진지한 표정의 신입생이 모여 교사와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게 일반적이었다. 담임 교사가 맨 앞줄에 섰고 경쾌한 음악 소리와 함께 행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은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모습이 쉽게 발견된다.
부평북초교는 해마다 선생님들이 직접 제작한 학사력과 학용품 세트를 나눠준다. 학생과 학부모가 연간 일정이 빼곡하게 담긴 학사력을 보면서 교육 내용이나 예정된 행사를 미리 대비하라는 뜻에서다. 수업 현장에 더 많은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학교측의 의지가 포함돼 있다.
당산초교는 2006년 6월 개교 때부터 1학년과 6학년 선·후배간 '의형제 맺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병아리' 입학식이 끝나면 언니, 오빠 또는 형, 누나들의 손을 맞잡고 교내 시설을 돌아본다. 교훈, 교표, 교목, 도서관 등 학내 곳곳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배정된 교실까지 데려다 주는 것은 덤이다. 전봉식 교장은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학생들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과 집단 따돌림이 없는 따뜻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길초교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어린 아이들의 긴장된 분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마술쇼가 그것이다. 마술사의 주문에 어디에선가 비둘기가 나타나 하늘을 날고 현란하게 링과 봉이 허공을 가르며 시종일관 시선을 집중시킨다. 뒤이어 등장한 피에로는 풍선을 나눠주며 한층 흥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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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학용품 선물"인천 부평북초등학교 2009학년도 입학식 장면. |
■ 선물도 유행을 탄다
이맘때 학생들은 가슴을 졸인다. 새로운 학교를 맞이하고 정든 학교는 뒤로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을 더욱 미소짓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선물이다. 교복과 학용품을 비롯해 평소 갖고 싶었던 각종 물건까지 받을 수 있다.
입학 선물도 꽤 많이 변했다. 시대별로 품목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최근에는 MP3, 디지털 카메라, 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PMP)까지 첨단 디지털 가전제품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60년대는 여기저기서 졸업장 통을 건넸다. 학업의 결실인 졸업장을 말아 집어넣을 수 있게 나무나 두꺼운 종이로 만든 동그랗고 기다란 통이다. 외부는 직물 벨벳으로 싸여있었던 제품이다. 이외에 당시 보자기에 책을 싸서 다니던 시절이므로 가방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고가의 물품 중 하나였다.
1970년대 그야말로 잘 사는 집 사이에서 만년필이 유행을 탔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년필은 모든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화살표 표시가 선명한 수입 파카와 국내 파이롯트 제품은 유명 백화점에서만 겨우 볼 정도였다. 일부 가정에서는 검정색의 광택이 선명한 구두를 주기도 했다.
1980년대가 되면서 손목시계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한국 경제의 급성장과 더불어 팔목에 차는 시계가 이때 등장한 것이다. 요즘에야 웬만한 고급 과자나 양주를 구입하면 끼워주는 사은품으로 여길 수 있지만 과거에는 특히 전자시계가 무척 드물었다. 어두운 색상의 교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패션 소품이었던 셈이다.
1990년대 비로소 전자 제품이 본격 출시됐다. 미니카세트, 휴대용 CD플레이어,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 등이 90년대를 풍미했다. 일본 S사의 소형 제품인 '워크맨'은 폭발적인 인기 가도를 달렸고 한 단계 전진한 CDP 역시 동시대를 누렸다. 이제 추억속으로 사라진 삐삐는 극히 일부의 학생들만이 휴대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면서 각종 디지털 상품들을 만나게 된다. 선물 비용에도 인플레이션 현상이 두드러져 30만~40만원을 가뿐히 뛰어 넘었다. 노트북 등 학부모도 마음대로 갖기 힘든 것들이 입학 선물로 나온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관계자는 "요즘 아무리 최신 물건을 선호해도 장수하는 선물도 있다"며 "가방이나 의류, 서적, 학용품 등이 그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 피부색 다른 또래
인천교육 당국은 다문화 구성원들이 편견과 차별에 상처받지 않도록 입학 적응 프로그램 '무지개 예비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개학 이전에 자녀와 부모를 학교로 초대, 기초 수업과 창의미술, 원예활동, 간식 만들기 등 각종 생활을 미리 경험하게 하자는 취지다.
2010학년도의 경우, 오는 22~26일 다문화 거점학교로 지정된 부평 신촌초교와 중구 신흥초교 2곳에서 실시된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1·2교시로 나눠 알찬 일정으로 꾸려진다. 예비 국어, 수학교실을 체험하고 운동회, 학예회, 체험학습 등 학사 과정을 들어볼 수 있다. 현직 교사와 전문기관 강사를 초빙해 학생 눈 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류석형 시교육청 교육정책과 장학관은 "다문화 가정 또한 우리사회의 일부분임에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며 "제도권 교육에 잘 적응하고 조화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