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연구위원)
[경인일보=]산업과 관련하여 자주 듣게 되는 단어로 첨단산업, 지식기반산업, 하이테크산업, 고부가가치산업 등이 있다. 첨단산업은 개념이 다소 모호하여 학자들의 정의도 다양한 편이지만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하이테크산업은 첨단산업과 유사하지만 고위기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첨단기술인 것은 아니다. 지식이 중요한 생산요소로 작용하는 지식기반산업 역시 첨단산업과 유사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첨단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첨단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일 개연성이 많지만 고부가가치산업 중 첨단기술 또는 고위 기술과 무관한 산업 역시 많다. 예를 들어 금융산업이나 영화산업에서 IT기술이 많이 활용되지만 흔히 말하는 첨단산업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차이가 있더라도 거의 모든 국가나 지역이 첨단산업, 지식기반산업, 하이테크산업 발전에 애쓰는 것은 사실이고, 이들 산업 모두 고부가가치산업을 지향하는 것은 분명하다. 첨단산업, 지식기반산업, 하이테크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이 아니라면 굳이 정책 목표로 고려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편의상 첨단산업, 지식기반산업, 하이테크산업을 뭉뚱그려서 첨단산업으로 칭하기로 하자. 첨단산업에 속하는 기업만 유치하면 고부가가치산업이 저절로 육성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우선 모든 첨단기업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적 불확실성이 크므로 실패의 비율이 일반산업보다 오히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개별기업으로서의 첨단기업이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기업일 뿐이고, 그러한 기업들의 집합인 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이 되는 것이다. 즉, 평균하면 다른 산업보다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특정 지역에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하자. 송도가 그러한 예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유치하는 입장에서 개별 첨단 '기업'의 성공 여부를 예상하고, 이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사자들도 결과를 모르는데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해도 특정 기술과 시장에 대한 적절한 분석과 예측 능력을 갖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망 첨단 '업종'을 선정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에 특혜를 주어 유치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 역시 큰 한계가 있다.

경제구조가 고도화하면서 단일기업 내 부가가치 활동의 공간적 분리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R&D, 기획, 마케팅, 핵심부품 생산, 기타부품 생산 및 조달, 최종 조립 등 기업 내부의 다양한 활동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진전되고 있다.

아웃소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본사는 서울에, 공장은 지방이나 해외에 두는 현상이 그 예이고, 첨단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는 과거에는 공장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조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첨단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최종 조립단계에서는 땅값이나 인건비가 싼 곳, 또는 시장접근성이 좋은 곳 등을 찾아가게 된다. 중국 경제가 부상하기 전에는 말레이시아가 첨단 IT제품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가 첨단산업 또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기업내에서 하는 일에 따라 부가가치 창출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송도지구처럼 토지의 기회비용이 높지만 조성원가나 공급비용이 낮은 곳에서는 첨단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사업장의 성격을 파악하고 골라 받아야 한다.

특정 생산활동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적합한 입지가 있다는 것이다. 남동산단이나 시화산단에서 해도 될 일은 그곳에서 하게 하고, 송도에서는 가능한 한 지식집약도가 높은 활동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최종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적 특성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은 전문가가 봐도 판단하기 어렵지만 사업장에서 벌어질 부가가치 활동의 특성은 파악이 쉽다. 건물의 형태, 기자재, 전문기술인력의 고용비중, R&D지출비용 등 정량화하기 쉬운 지표들이 있다. 이런 지표들을 활용하여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게 하고 사업계획의 이행 여부와 인센티브가 연결되는 구조를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