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지난 4일 몽골 출신의 일본 스모(씨름) 스타 아사쇼류(朝靑龍·29)가 술에 만취, 소동을 벌인 이유로 은퇴 의사를 밝히자 몽골에서는 난리가 났다. '우리 영웅을 그깐 일로 추방할 수는 없다'며 네티즌들은 아우성을 쳤고 신문들은 일제히 '아사쇼류가 너무 강하니까 일본 스모계에서 끌어내리려 한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자 몽골 외무부가 즉각 성명을 냈다. '우리 국민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한다. 양국 관계에 영향이 있어선 안 된다' 그가 '아침 햇살에 번뜩이는 청룡(朝靑龍)'으로 칭기즈칸에게 버금가는 영웅인 까닭은 1998년 일본 스모에 데뷔, 통산 25회나 요코즈나(橫綱·천하장사) 우승을 한데다가 몽골의 국민영웅상인 노동영웅상을 받은 몽골 최고의 별이기 때문이다.

2001년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7차전 결승타의 루이스 곤잘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씹던 껌은 경매에서 1만달러에 팔렸다. 스포츠 기념품 가게 주인인 제이슨 개버튼이라는 사람이 2002년 3월 곤잘레스가 야구 연습 중 질겅질겅 씹다 뱉은 껌을 경호원에게 부탁해 수거, 그해 4월 인터넷 경매를 통해 팔았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몰라도 2002년 8월 BBC가 발표한 '가장 위대한 영국인 100명'에 당당히 든 축구 스타 베컴을 모르는 영국 아이는 없고 1만엔 짜리 엔화에 모셔진 일본 근대화의 영웅 후쿠자와유키치(福澤諭吉)는 몰라도 야구 스타 이치로(鈴木一朗)를 모르는 일본 아이는 없다. 타이거 우즈의 바람기야 어떻든 그의 270억원짜리 호화 요트를 부러워하는 게 또 미국 아이들이다.

우리 해외 축구 스타가 후반전에 교체 투입됐지만 골 결정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는 것까지도 TV 뉴스에 빠지지 않으니까 골 뉴스야 단연 톱급이다. 작금의 신문들이 동계올림픽 스타 뉴스로 온통 스포츠 신문이 돼버린 것 같다. 하긴 국민 일체감(一體感)의 속 시원한 뉴스가 거의 없다 보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지성 결핍의 감성, 심려(深慮)와 사색, 통찰과 천착(穿鑿)을 모르는 깊이 몇 ㎝의 천박한 사고(思考) 풍조가 걱정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