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딴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심심치 않게 나돌던 '올림픽 이변설'도 잠재웠다.
그동안 이 종목에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경우가 별로 없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한 예도 극히 드물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짜릿한 뒤집기를 바랐던 아사다 마오(20.일본)와 일본 언론이 마지막까지 기댔던 징크스이기도 하다.
실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피겨스케이팅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수의 합산 방식으로 바뀐 뒤 그 대회에서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가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를 휩쓸고 금메달을 땄을 뿐 이후 금메달리스트는 모두 쇼트에서 부진을 프리스케이팅에서 만회해 역전극을 일궜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78.50)과 프리스케이팅(150.06)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새로 세우고 '퍼펙트 골드'를 쐈다. 야마구치 이후 18년 만이다.
또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옥산나 바이울(우크라이나)이 우승한 것을 끝으로 현역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가 올림픽에서 '물을 먹는' 사태가 지난 2002년 토리노 대회까지 이어졌지만 2009년 세계챔피언 김연아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감 있는 연기로 이런 달갑지 않던 '악연'마저 끊었다.
"김연아가 빙판에서 점수를 얻는 방법을 보라. 어떻게 저리 쉽게 가산점을 획득하는지 신기할 정도다. 숨 쉴 때마다 가산점을 얻을 것"이라던 미국 NBC 방송 해설가 스콧 해밀턴의 평가도 결코 허황한 것이 아니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을 펼친 12개 항목에서 모두 가산점을 받는 등 무려 17.40점을 챙겼다.
이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싱글 역대 최고점(210.03점)을 획득했을 때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최고 가산점(12.6점)을 5점 가까이 더 받은 것이다.
김연아는 당시 12개 기술 중 트리플 플립에서만 가산점을 얻지 못했지만 이날은 1.80점이나 받았고 스파이럴 시퀀스에서도 2점을 얻는 등 무더기로 보너스를 받아 150.06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득점을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