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노인을 구출하려는 경기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31개 시·군에 노인자살예방 전문상담원을 배치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상담원을 통해 자살 위기 노인들을 발굴, 상담과 자살 예방교육을 실시하며, 노인 우울증 치료비 지원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지원 대상자는 1인당 연 최대 6개월간 모두 45만원 상당의 진료비와 약제비 등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앞서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노인을 자살로 내 모는 가장 큰 원인이 경제라는 통계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상관관계가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경기도의 노인복지정책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평균 13.3%의 3배이상인 45.1%다. 미국 23.6%, 일본 22.0%, 영국 10.3%, 독일 9.9% 등 선진국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사회발달·경제성장과 함께 향상돼야 할 노인 보호망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사회 재정이 고갈되면서 미래 노인복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국민소득 향상과 의학발달, 보건위생 개선 등으로 평균수명이 매년 0.3~0.4개월 연장되면서 보살펴야 할 노인인구도 늘 수밖에 없다. 정부의 복지사업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답은 머리카락조차 함부로 하지 않았던, 가난하면서도 부모를 공경했던 효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 것이 글로벌시대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사상이지만, 정작 우리는 잊어가는 것 또한 현실이다.
노인복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 부터 있어 왔다. 노인헌장(老人憲章)이 제정 공포된 것은 1982년 5월8일로 30년이 다 돼 간다.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범국민적으로 관심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정 취지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인구의 고령화와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전통적으로 간직해 온 경로효친의 미풍이 깨질 것을 우려했다. 인간은 늙어서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궁극점이다. 세계 최초로 노인헌장을 공포했지만, 지금 우리는 노인자살이 늘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노인자살이 늘어나는 두번째 이유로 건강을 말한다. 경제와 건강이 노인의 삶을 짓눌러 온 것이 사실이지만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은 전통윤리의 이반에서 오는 외로움이 아닐까.
효자의 표본인 정조는 인서록(人瑞錄) 서문에 정치와 교화가 잘 시행되면 세상에 온갖 좋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좋은 현상 가운데 최상은 인간의 상서로움, 곧 장수(長壽)하는 것이라고 했다. 혜경궁 홍씨 환갑에 맞춰 이 책을 만들어 전국의 80세 이상 노인에게 벼슬과 선물을 주려고 해당자를 조사해 보니 총 7만5천100여명, 나이를 합하면 589만8천210세 였다. 정조는 아주 흐뭇하게 여겨 전국적인 행사를 벌였다. 지난 시대의 장수는 효를 상징하고 있다. 현재의 장수는 돌보아야 할 대상이 늘어나는, 복지예산을 더 써야 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통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데 필요한 생산인원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계산이다. 산술적 통계는 분명 필요하지만, 곁들여 해야 할 것은 부모세대의 가치에 대한 통계다. 그리고 정통사상의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