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회에 해당되는 전인대는 중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분야 등의 현안과제에 대한 정책방향을 보고하고, 주요 결정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로 늘 세계가 주목한다.
그런데 이번 전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 이목이 더 쏠리고 있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끝자락이 조금씩 보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국이 어떤 경제정책 기조를 가져갈 것이냐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출렁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년 안에 중국의 GDP 규모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또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라든지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날선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중국의 행보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세계적 관심에 답을 하듯 전인대 개막 첫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 8%, 900만명 신규 고용창출, 실업률 4.6%선 유지, 소비자물가상승률 3% 이하 억제 등 굵직한 경제정책 방향을 쏟아냈다.
이러한 거시경제 목표치에는 중국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우선 경제성장률 8% 설정은 올 한해 중국이 안정적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세계 금융위기 후 지난 2년간 중국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금융완화를 통한 공공투자 중심의 내수확대 정책으로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그런 중국이 금년에도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 추진을 원칙적으로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는 나아가 중국이 최소한 올 한해는 긴축재정이나 유동성 회수 등을 급작스럽게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도 전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전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 버블이다.
그간 중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시장에 풀린 많은 돈과 화교 전주 및 투기세력으로부터 유입된 핫머니가 부동산시장에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연일 올랐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 오름세는 그 정도가 심하다. 웬만한 서민들이 자기 집을 갖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까지 주택가격이 뛰어 버렸다.
이에 따라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경우 초래될 국가경제적 위험뿐 아니라 서민층의 불만 고조 등 사회불안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부동산 가격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 방법이 문제다.
이번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는 주택 공급물량 확대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실제 주택공급을 늘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전에 부동산 버블이 조금 더 커져 버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중국 정부는 우선 시장 유동성 흡수를 생각할 것이고, 이는 올 초 두 차례 인상한 지급준비율을 다시 높이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급준비율이란 은행이 예금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적립하는 제도로, 이를 높인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시장 자금을 흡수해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준율 인상 다음에는 금리 인상 카드다. 물론 전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점에서 작금의 중국 부동산 버블 문제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일뿐더러 세계 경제에 크나큰 잠재리스크이다. 대중(對中) 경제의존도가 높아진 한국 경제에도 큰 위협요인이다.
현재 중국 부동산 버블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보다 치밀한 분석과 검증이 이루어져야 정확히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 경제가 살고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부동산 버블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