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흥식 (용인 수지호병원 의료원장)
[경인일보=]요즘 내과에는 가슴통증(이하 흉통)을 가진 환자들이 연령, 성별 구별없이 방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환자들은 가슴이 아프면 일단 심장병부터 생각하고 걱정하는 수가 많으며, 정확한 진료없이 약까지 사 먹는다. 물론 심장병은 가슴 통증부터 나타나는 무서운 병이지만 그러나 가슴이 아프다고 모두 심장병은 아니다.

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흉통은 가슴안에 있는 여러 장기들과 가슴벽에 병이 생겼을 때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흉곽 안에는 심장, 대동맥, 폐, 기관지, 식도가 있다. 그리고 이 장기를 보호하는 늑골, 흉곽 근육 등도 있다. 이들 중 어느 한 곳에만 이상이 있어도 흉통이 발생한다. 따라서 가슴이 어떻게 아픈지, 통증이 언제 발생하는지, 어떻게 그게 완화됐는지, 통증의 지속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잘 살피면, 어느 부위가 잘못됐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환자들이 몇초 혹은 하루종일 심장이 콕콕 찔리는듯 아파 심장병으로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심혈관 조영술을 비롯한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면 심장질환과는 무관한 흉통인 경우가 많다.

심장때문에 가슴이 아픈 대표적인 병은 바로 '관상동맥 질환'이다. 심장에 피를 공급해 주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그것이 동맥경화 등으로 좁아지면 심장으로 공급되는 피와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심장근육의 산소 요구량이 증가할 때, 심근이 충분한 혈류를 공급받지 못할 때 흉통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슴을 쥐어짜거나 가운데를 짓누르는 것같은 통증이 있으면, '협심증'일 가능성이 있다. 이 병에 의한 통증은 운동할 때, 정신적 흥분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런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숨이 가쁘고, 땀을 계속 흘리며 현기증 등이 있으면,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되는 것으로 '심근경색증'일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무조건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밖에 늑막염과 기흉과 같은 늑막질환도 흉통을 유발한다. 흉통이 있을 때 어떤 이들은 폐암이 아닐까 걱정도 하지만, 기관지나 폐실질(폐 조직내 공기가 이동하는 미세통로)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거의 없다. 따라서 폐암이나 폐렴 등이 늑막으로 퍼지지 않는 이상 흉통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옆구리나 아래쪽 흉곽에 통증이 있고, 기침이나 하품할 때, 심호흡때 통증이 악화되면 늑막염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손으로 갈비뼈 사이를 누르면 통증이 악화되는 수가 있다. 또 담배를 피우고 키가 크며 체형이 마른 젊은 남자에게 갑작스런 통증과 함께 호흡 곤란이 있으면, 기흉을 의심할 수 있다. 폐포가 터지면서 폐로 들어갔던 공기가 그 밖으로 빠져 나와 흉곽안에 차게 돼 폐가 정상적인 팽창을 못하는 것이 기흉이다.

이렇듯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큰 병이라고 겁을 먹을 필요는 없으며 우선은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 스스로 병명을 판단하고 아무 약이나 먹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 수지호병원 http://www.sujih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