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사정관들은 제도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다양한 자료와 인재 발굴 방법을 통해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사정관들이 평가 방법을 과학적 내지 학문적으로 연구해, 자신감 있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수능과 생활기록부에 의존해 판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윤리적으로 입학사정관의 사정을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제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공정성을 상실하면 제도 자체가 망가져버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 종로경찰서 입시부정 수사가 한 사례일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교장추천제 전형에서 브로커가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추천서를 조작 또는 가짜로 만들어 대학에 제출했다는 혐의다. 수사는 당초 말과 달리 흐지부지 끝났다. 부정한 자료제출이 입학사정관제와 무슨 상관있느냐고 하지만, 어쨌든 입학사정관 전형의 범주에 들어가는 문제 아닌가. 만약, 그것에 입학사정관의 아이디어와 부정이 개입되었다면 더더욱 곤란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더 신경 쓰이는 문제는 학원가다. 입학사정관제에 구멍을 뚫기 위해 브로커가 설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을 보면 입학사정관제 자체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발만 헛디뎌도 교도소 안으로 굴러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입학사정관 제도가 너덜너덜해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번 수사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도 제도에 상처가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따라서 지금까지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점검해 새로운 변화와 방안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입학사정관이 상습으로 수험생을 뽑는 것보다, 전국 대학의 사정관이 인증해 주는 고교를 선정, 대학에서 해당 고교의 학생을 그대로 받자는 안이다.
서울대사범대학 이종대 명예교수가 한 강연에서 말한 '입학사정관 인증제'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입학사정관들이 고등학교의 사교육을 완전히 배제한 '자율탐구학습' 프로그램을 제시해 그걸 완벽하게 이행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인증제를 적용해 '일정 비율의 학생'을 입학시키자는 것이다. 자율학습프로그램은 참된 학업성취를 목표로 한다.
현재 사교육비 시장은 연 2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1조원만 투자해도 훌륭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입학사정관제 인증제가 시행되면 여러가지 면에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조속히 정착시키는 것과 동시에 사교육비를 감소시켜서 좋고, 대학은 양질의 좋은 학생을 뽑아 좋고, 고교는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서 좋고, 학생은 입시지옥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다. 물론 학부모도 사교육비를 덜 들여서 좋다. '1석6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행에는 조건이 있다. 이 제도의 주관자가 대학의 사정관이므로 참여 대학에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 명예교수는 "대학당, 연 300억원 정도의 연구비는 지원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교육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가 아닌가. '입학사정관 인증제'가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학생을 뽑는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대학의 사정관이기 때문이다. 이 돈은 사정관의 신분 보장에도 사용되어야 한다. '사교육비총량불변의법칙'을 깨트리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려면, 현재로선 이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