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구 (논설위원)
[경인일보=이준구 논설위원]교육장 공모제가 비리를 차단한다?

새 희망과 새로운 포부로 새 학기를 맞은 학교현장에 꽃샘 추위보다도 더한 매서운 추위가 닥치고 있다. 가뜩이나 교장 교감과 교사들이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바꾸고 학사일정에 어수선한 터인데 말이다. 촌지신고포상제를 하겠다던 서울시교육청의 간부들이 승진·영전 약속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속속 적발되면서 각 시도교육청은 덩달아 좌불안석이다.

급기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나서 전국 지역 교육장을 공모제로 임명하고 수석교사가 장학사나 장학관이 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이 같은 교육계 비리들은 교원 인사제도 때문이어서 과열된 승진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교육장 자리가 교육감 선거에서 논공행상에 의한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데다 교감 교사의 인사를 담당하는 권한이 크기에 공모제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정두언 의원은 교장도 공모를 통해 학부모가 뽑아야 한다고 한 술 더 떴다.

시군의 교육장은 해당 지역 초·중학교 교육을 책임진다. 그나마 1972년까지는 초등학교만 담당했다. 교육장의 막강한 인사권한? 동의할 수 없는 얘기다. 관내 교사 교감인사의 경우 희망지를 써내면 거의 100% 전보된다. 타 시군에서 전입오는 교원도 희망지를 받아 일정기준에 의해 배치하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별 권한이 없다. 오히려 고위 교육전문직과 교육행정직의 승진·전보권을 가진 교육감의 권한만이 막강할 뿐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교육에 있어 기초자치는 유보한다는 이름 아래 시군교육청에 자치단체의 명칭도 빠져버렸다. 이를 테면 수원시교육장이 아니라 경기도수원교육장이다. 자치단체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부 시군의 교육장은 기관장 대접도 못 받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교육지원비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시장, 군수 꽁무니 따라다니는 게 일과다. 심한 표현일지 몰라도 실제가 그렇다. 교직의 명예일 뿐 그다지 막강하지도 않다.

그 옛날에는 10년씩 교육장을 지내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다.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으리라. 이후 교육장의 임기가 5년으로, 3년으로 줄다가 지금은 2년밖에 하지 못 한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도 학연 지연 혈연 등 줄(?)이 없이 실력만으로는 힘이 든다. 이 같은 교장들의 전문직 전직경쟁 현상은 왜 일어났을까. 김대중 정권 때 만들어진 교원정년의 62세 단축과 교장임기제에서 기인한다. 능력(?)이 있어 50세에 교장이 된다면 8년이 임기여서 58세면 끝이다. 4년이나 남는다. 그래서 장학관 등 전문직으로 전직하려고 기를 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안 되면 교장임기에서 제외되는 초빙교장으로 가기에 혈안이 된다. 말이 초빙이지 정년연장의 수단이 아직은 대부분이다. 이마저 실패한 교장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2~3년 일찍 교단을 떠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온갖 방법이 모두 동원되게 마련이다. 교직사회도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물론 승진경쟁이 있다. 근무평정·연구·농어촌점수를 통해 교감 등 관리직으로 승진하려 30대 후반부터 노력하는 교사들도 많다. 직업공무원이기에 나무랄 수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비위를 바라보면서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묵묵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다수의 교원들의 마음을 너무 슬프게 한다. 가르치는 일은 뒷전으로 하고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에만 혈안이 된 일부 교원들 때문에 전체의 사기(士氣)가 꺾일 뿐이다.

교육장 공모제만으로는 교육계의 전반전인 비리가 차단될 수 없다. 인사권을 쥔 고위층의 의식개혁과 승진을 하려는 교사들의 공정한 경쟁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입시제도보다도 더 뒤바뀌는 승진제도는 교직사회를 더욱 혼란하게 할 뿐이다. 교원의 6%만이 관리직으로 승진되는 현실에서 평교사로 나이 먹으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풍토도 없애야 한다. 원로·수석교사제를 정착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게다가 비리교원에 대해서는 파면 등 일벌백계(一罰百戒)를 통해 반칙(?)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땅의 참 스승들이 떳떳하고 보람있게 교단을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