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순 (변호사)
[경인일보=]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처음 읽게 된 것은 교보문고 부근에서 약속이 있어 갔다가 남는 시간에 책들을 둘러보던 중 '율리우스 시이저'라는 부제를 보면서부터였다. 그 뒤로 매년 한권씩 나오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마지막까지 읽었다.

저자가 그 책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였던 것은 로마제국이 대제국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및 멸망하였던 이유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런 이유들은 결국 개인, 가족, 사회 공동체 모두에도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어떤 개인이나 공동체든 위기와 고비가 전혀 없이 그 존재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려운 것이며, 위기가 닥쳐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따라서 그 존재가 계속 발전하게 되는 것이고,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쇠퇴하게 되는데 로마제국은 위기 대처 시스템이 아주 잘되어 있었다는 것이 시오노 나나미의 판단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결혼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법연수원 제자들에게도 결혼을 통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되는데 그 공동체에 당연히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하여 미리 대비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하여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하곤 하였다.

특히 부부싸움을 할때 서로 이것만은 꼭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에 대하여 서로 미리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였고, 경험적으로는 아무리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상대방 가족은 절대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기도 하였다.

대제국을 이룬 로마가 멸망하게 된 요인에 대하여 여러 설명이 있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그 첫 단초가 결국 게르만 방벽의 붕괴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게르만 방벽이 제 역할을 할 때에는 팍스 로마나가 이루어졌는데, 그 방벽이 무너지면서 결국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통하여 로마가 멸망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랜 시절 동안 로마를 완벽하게 방어해주던 게르만 방벽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오노 나나미의 설명은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면서 이렇게 설명하였다. 로마제국은 로마시민권자, 속주민, 노예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어떤 황제가 로마 영토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아주 선한 의도를 가진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그 동안 게르만 방벽을 지키던 로마군의 전력은 속주민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었는데, 속주민들은 로마군에서 복무하다가 제대하면 시민권을 받는 것을 기대하고 입대하였다.

이런 메리트가 없어지면서 속주민들이 더 이상 로마군에 입대하지 않게 되고 그에 따라 로마군의 전력이 약해지면서 게르만 방벽이 뚫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가 대항전을 벌이는 스포츠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있어 '군복무 면제', '평생 연금'이라는 당근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런 당근을 주는 것은 다른 젊은이들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없애자는 선한 의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수년 동안 기획사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지내거나 바둑 지망생들이 기원의 연습생으로 엄청난 경쟁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 그 청소년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폐지한다는 선한 의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로 인하여 선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재 삼성전자 임원인 지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들이 입사할 무렵에는 삼성에 입사하게 되면 성적이 제일 좋은 사람들은 삼성물산에 가고 마지막 순서가 삼성전자였는데, 세월이 흐르고 나니 삼성물산에 간 입사동기들은 이미 퇴직하였고, 자신은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세월은 정말 모르는 일인 것 같다고.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면 좀 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귀담아 듣는 것이 그나마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물며 선한 의도를 가지지 않은 정치인들의 세종시와 4대강 개발에 대한 주장들이 선한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것은 기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