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동훈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일보=]2009년 12월 호주기업의 CEO를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에서 만나 한국 중소기업의 위상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호주기업은 자동차 냉방시스템 관련 특허를 가지고 세계 최초로 자동차 에어컨을 상용화한 기업이며 미국의 포드자동차 등과 거래하고 있다. 중국에 최근 대단위 생산제조시설을 갖추어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자동차와 관련 없는 비즈니스이며 자동차 관련 제품의 경쟁력이 심화되고 수익률도 떨어져 신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10여년간 개발한 제품과 관련된 출장이라고 외국기업의 CEO는 방문 목적을 밝혔다. 호주는 그린 산업 및 친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관련한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많아, 이 기업도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사업화하고 있으며 핵심부품을 구입하기 위해 한국 기업을 방문한 것이었다.

이 기업이 찾는 핵심부품은 고정밀기술로서 개발 단계부터 일본 관련기업의 기술을 믿고 진행하던 중 일본 기업으로부터 핵심부품을 공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으므로 이 기업의 개발 성공을 위협하는 사태까지 몰고간 부품이었다. 일본 기업은 최근 15년간 불경기로 신규 시설투자를 못하였으며, 특수한 설계를 요하는 의뢰받은 핵심부품을 위한 시설투자 또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더욱 이 기업을 놀라게 한 것은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을 소개한 것이다. 호주 기업의 CEO는 반신반의하면서 한국의 기업을 방문하고 일본기업이 소개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 중소기업 밀집지역의 상징이던 도쿄에서 30분 거리의 오다 공업지구에서는 1980년대 일본 경기가 최상일 때 중소기업이 9천890개이던 것이 2008년에 4천351개로 줄어들었으며 80%이상이 3인 이하인 소기업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한때 모노즈쿠리(일본 제조기술의 상징)라고 자부하던 일본 중소기업이 위축되어가는 현장이다. 일본의 중소기업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한국 중소기업들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다 공업지구는 도쿄 근처에 있어 명칭만 공업지역이지 주택 및 상가와 혼재되어 있어 한국의 반월·시화공단보다 부천의 공업지구와 유사하다. 부천도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떠난 자리에 아파트 등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여 생기는 수익보다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여 생긴 수익이 크므로 중소기업을 정리하고 상가 등을 새로 지어 임대업을 하는 것이 안정적이라 한둘 씩 제조업을 포기하고 임대업으로 전환하였다. 새로 건물을 질 수 없는 소자본의 영세 기업만 오다 지구에 남아 있다. 이들도 5~10년 안에 모두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60~70대의 노령층이 직원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떠받치고 있던 일본의 모노즈쿠리는 서서히 사라지는 석양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이 도요타의 리콜 및 대기업의 대량해고 등으로 연계되어 내일의 일본을 어둡게 하고 있다. 80~90년대 일본 대기업이 최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때 일본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가격경쟁력만 앞세워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겨버린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10% 내외이면서 협력 중소기업에는 이익을 3% 넘지 못하게 하는 대기업의 구매정책은 한국 중소기업의 몰락은 물론 자신의 추락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대기업이 깨달았으면 한다. 말로만 하는 상생이나 잠시 스쳐가는 상생이 아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진정으로 살 길을 위한 대기업 구매 정책부터 수정해야 한다. 한국의 중소기업 없이 한국의 대기업은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없음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대기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신사업의 진출 및 자기 혁신을 꾀하여 세계의 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