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을 노리는 수많은 지방선량(選良)지망생들로 문전성시인 몇몇 도가(都家)의 경우 벌써부터 계파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진부한 유행가 가사 같은 청렴성, 도덕성 내지는 공천혁명타령이 재탕, 삼탕 되는 터에 올드보이들은 낡은 깃발을 앞세우고 권토중래의 전의를 다지고 있으며 철새정치인들은 어떤 둥지에 안착할지 머리가 복잡하다. 언론들도 판세 키우기에 한몫 거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별로인 듯하다. 서민들일수록 더욱 냉담해 보인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 출마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서민들이 잘사는 사회' 혹은 '내 고장발전'을 공언했었는데 4년 동안의 결산내역이 속빈 강정격인 탓이다. 2006년 대비 2009년의 GDP성장률은 5.2%에서 0.2%로 급격히 낮아졌으며 총투자증가율은 3.4%에서 마이너스 0.9%로 곤두박질했다. 거시지표들 중 성적이 가장 좋은 수출증가율마저 11.4%에서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1.0%를 기록했다. 반면에 소비자물가지수는 2006년의 102.6에서 금년 2월에는 113.2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실업률은 3.4%에서 5.0%로 크게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또한 소득5분위배율(상위 20%계층 소득/하위 20%계층 소득)은 2006년의 5.36에서 지난해에는 5.76으로 확대되었다. 사회양극화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덕분에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경제가 갈수록 나빠졌으니 경제주체들의 재무구조만 열악해진 것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서민들의 실망은 이뿐 아니다. 지난 2008년에 이명박 대통령은 용인시 신청사를 대표적인 '낭비성 관청건물'이라 질타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은 아랑곳 않는 눈치이다. 성남시는 총 3천222억원을 들여 호화청사를 완공했으며 안양시는 무려 2조2천349억원의 100층짜리 초고층 청사건축계획을 발표했다가 혼쭐나기도 했다. 민선자치단체장이 등장한 1995년 이후 2009년까지 전국 246개 지자체 가운데 56곳이 신청사를 지었다. 구청사건물이 비좁아 신청사의 건축필요성은 인정되나 그렇다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해서 초호화청사를 짓는데 대해 공감할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이후 8년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총 130조원을 쏟아부었으나 재정효율성은 OECD회원국들 가운데 동유럽 2개국을 제외하면 최하위이다. 전혀 하자가 없는 육교, 지하도 및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효용이 낮은 민자도로 등을 마구잡이로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도시미관을 해친다며 멀쩡한 보도블록까지 교체했으니 말이다. 지자체들의 예산낭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또한 지자체들의 성과가 과대 포장되었다는 비난도 주목거리이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목적인 지자체의회에 대해서도 실망하긴 마찬가지이다. 결과적으로 집행부의 방만경영을 방조한 꼴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경우 공무원들보다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 터에 정당공천제는 결정적 족쇄였다. 지난해말 충주시의회 최병오 의원이 동료의원들을 겨냥해 "차기 지방선거 공천에 발목이 잡혀 시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직시해야 한다"고 일갈한 사례가 상징적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은 탓인지 비리의혹도 간단없이 불거졌다.
전국적으로 4천명에 육박하는 지방선량들을 위해 그동안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세금액에 비해 생산성은 턱없이 낮아 보인다. 정치인들의 잔치에 절대다수 서민들이 냉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6·2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어찌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