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동훈 (인천발전연구원연구위원)
[경인일보=]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후 6년의 시간이 지났고 1단계 사업이 마무리 되었다. 지정 이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항만개발사업을 제외하고는 지정 전후로 거의 변화가 없는 타 경제자유구역과 달리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비교적 큰 진전을 이루었다. 처음으로 또는 수년 만에 송도를 찾는 외지인들은 크게 달라진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전반적인 개발속도가 늦고 투자유치가 부진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반론도 있으므로 국외자가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미개발지 또는 매립(예정)지를 대상으로 개발과 투자유치를 하는 곳이다. 제철소나 자동차공장 등 거대한 양산형 제조업체가 아니고서는 갯벌과 논밭 또는 야산에 직접 건물을 짓고 입주할 고부가가치 업체는 거의 없다. 개발, 즉 부지와 기반시설 조성이 투자유치에 선행될 수밖에 없었고 1단계는 개발에 주력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주변 동북아 도시들과의 경쟁 및 선점효과 등을 감안하면 개발을 서둘러야 했고, 정부가 과감하게 재원을 선투자해서 투자여건을 조성했어야 했지만 정부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경제자유구역이 여섯 군데나 지정된 점과 최근 정부가 여타 대형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행히 인천은 우수한 입지적 여건 때문에 지가가 높은 반면에 경제자유구역 개발대상지의 조성원가는 낮다. 따라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부지매각(예정)대금을 재원으로 삼아 개발을 할 수 있었다. 직접 부지를 조성한 후 사업자에게 수익부지를 제공하는 한편 투자유치대상 시설을 짓게 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고 개발비용을 환수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직 면적은 많지 않지만 산업용도에 대해서는 조성원가로 부지를 공급해왔다. 그 결과 일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지는 모르나 개발이 빨리된 셈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산업단지처럼 제한적 목적을 갖는 소규모 고립형 특구가 아니라 복합적인 기능을 갖고 경제적 활력이 있는 도시개발을 과제로 삼고 있는데, 중앙정부 차원의 대대적 선투자가 없는 상태에서 개발속도를 내라고 다그치면 속도 때문에 내용을 그르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논의를 산업용지에 국한시켜보면 서두를수록 단기적 성과가 중시되고 토지의 단위면적당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낮은 사업장이 먼저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부지를 저렴한 조성원가에 제공하는 한, 땅을 많이 필요로 하는 업체나 필요 이상으로 땅을 많이 요구하는 업체, 또는 자산이득에 관심이 많은 업체가 먼저 줄을 서게 되는 것이다. 땅값보다 집적 효과에 의존하는 업종은 지식집약도가 높고 고부가가치업종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 업체는 후순위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업종은 벤처집적시설 같은 고층 건물에 수용이 가능하므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부지를 시장가격에 근접하게 공급하면 고부가가치 업종이 뒤로 밀리는 역선택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지만 이 경우 기존의 집적편익이 크지 않으므로 투자유치에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따라서 집적이 미진한 개발 초기에는 부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집적이 진행될수록 부지공급가격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사업계획서만 믿고 부지를 저렴하게 공급하면 계획이 제대로 이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조성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지를 공급하고 그 중 일부를 사업계획의 이행 여부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 등의 사업계획 이행장치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개발이익의 재투자가 쉬워지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개발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내실 있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