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해민·김혜민기자]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1천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지난 26일 밤 침몰했다. 평택 소재 해군 2함대 사령부 소속인 이 함정에는 당시 104명이 승선하고 있었으며 27일 오전1시께 58명이 구조된 이후 나머지 46명의 생존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장에 구조팀을 급파, 생존자 수색에 나섰지만 아직 추가 구조자는 없는 상황이다. 사고 소식을 접한 실종자 가족들은 평택 2함대로 모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군측은 사고에 대해 북한의 공격이나 내부 폭발, 암초 충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나 사고 발생 3일이 지나도록 사고원인에 대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 28일 오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를 찾은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의 구조작업에 대한 요청 사항을 듣고 있다. /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

■ 폭발음부터 두동강까지

▲사고경위=26일 오후 9시30분께 서해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경비활동 중이던 천안함이 원인 미상으로 선체 뒤편 스크루 부분에 구멍이 뚫려 침몰했다. 군 당국은 "함정 뒤편의 선저(바닥)가 원인 미상으로 파공돼 침몰했다"며 "탑승한 승조원 104명 중 58명을 구조했지만 나머지에 대해선 계속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 오후 9시 넘어 갑자기 함선 뒤편에서 폭발음이 나면서 내부에 정전과 동시에 승조원들의 몸이 10㎝ 위로 튀어 오르는 충격이 있었고 이후 함선은 뒤편 바닥에 물이 차면서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두동강 나 침몰했다.

천안함은 폭발로 인해 함정 후미부분 3분의 1지점에서 두 동강이 나 후미 부분은 침몰 해역에 가라앉았으나 잘려 나간 머리부분은 거센 물살 때문에 상당거리 떨어진 곳으로 휩쓸려 내려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후속조치 = 천안함 침몰 이후 군 당국은 백령도에 구급차와 구조헬기 등을 긴급 출동시켜 생존자 수색에 나섰다. 또한 사고 해역 인근에 있던 해군 함정 6척과 해경 함정 2척이 58명의 승조원을 구조했으며 옹진군도 사고 해역에 어업지도선 3척과 행정선 1척을 긴급 투입, 구조한 승조원들을 백령도 옹기포항 등지로 옮기는데 일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10시께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 생존자 구조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 사고원인 미스터리

▲원인규명도 못하는 군 당국=선체가 파공되기 위해선 외부에서의 물리적 충격이나 내부 폭발 등 두가지 상황이 유력하다. 그러나 일부 생존자의 증언으로 미뤄 내부 폭발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이는데다 이번 사고가 백령도 인근 NLL(북방한계선) 남방 해상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북한 공격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사고원인에 대해 북한과의 관련설에 대한 언급을 경계하고 있다.

▲침묵하는 북한=천안함 침몰에 대해 북한은 사흘이 넘도록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서해상에서 벌어진 세 차례의 교전 당시 최장 5시간반 안에 공식 입장을 밝혔던 점과는 대조돼 선뜻 북한의 공격이라고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11월10일 오전10시27분 NLL 이남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대청해전 당시 북한은 4시간 53분 만인 오후 3시20분 '최고 사령부 보도'를 내고 "남한 해군이 우리측 해역에서 엄중한 군사도발을 감행했다"고 주장했으며, 앞서 2002년 6월29일 2차 연평해전 때도 5시간 35분 뒤 "남조선군이 서해상에서 우리 인민군 해군경비함에 총포사격을 가하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자위적 조치를 했다"고 밝혔었다.

1차 연평해전인 1999년 6월15일에도 북한은 5시간5분 뒤에 "남조선 당국자들이 우리 영해에서 인민군 해군 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총포사격을 가하는 엄중한 무장도발을 감행했다"고 전한 바 있다.

▲생존자 증언=생존자들은 침몰 원인이 "선내 폭발이나 암초에 의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하며 외부의 공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7일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사고 설명회에 참석한 최원일 중령 등 생존자들은 "배가 내부의 잦은 폭발로 구멍이 나 침몰됐을 가능성과 암초에 걸렸을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다른 침몰 원인은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인데 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고 군에서 현재 조사중"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백령도 주민 증언=인천 백령도 어민들은 실종자 가족 못지않게 초계함의 침몰 원인을 궁금해 하고 있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군함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침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민들은 북한의 잠수정이 내려와 초계함을 공격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또한 초계함이 백령도 인근 해역까지 온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어민 김모(58)씨는 "초계함이 침몰한 해역은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빠르다"며 "암초도 있고 간만의 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정은 거기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어민들도 그 쪽으로 잘 다니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민 이모(40)씨는 "어뢰 공격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럴 일은 없다"며 "수심이 얕아 북한의 잠수정이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 구조자, 실종 및 부상자 명단

◇ 구조자(58명)

▲중령 최원일 ▲소령 김덕원 ▲대위 이채권 박연수 ▲중위 김광보 정다운 박세준 ▲상사 김병남 김덕수 오성탁 김수길 허순행 김정운 강봉철 오동환 정종욱 ▲중사 이광희 김현래 조영연 손윤식 송민수 김현용 김광규 ▲하사 홍승현 육현진 공창표 이연규 허향기 진경섭 배성모 전승석 함은혁 박현민 강은강 정재환 김효형 김기택 서보성 정주현 유지욱 정용호 라정수 신은총 김정원 ▲병장 전준영 최광수 김용현 강태양 최성진 ▲상병 안재근 김윤일 정현구 ▲일병 김수철 오예석 황보상준 ▲이병 이태훈 전환수 이은수

◇ 실종자(46명)

▲원사 이창기 ▲상사 최한권 남기훈 ▲중사 김태석 박경수 문규석 강준 김경수 박석원 안경환 신선준 김종헌 최정환 민평기 정종율 ▲하사 임재엽 문영욱 손수민 이상준 심영빈 장진선 조정규 서승원 방일민 박성균 조진영 서대호 차균석 김동진 박보람 ▲병장 이상희 이용상 이재민 강현구 이상민(88년생) 이상민(89년생) ▲상병 정범구 김선명 박정훈 안동엽 ▲일병 강태민 김선호 조지훈 나현민 ▲이병 정태준 장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