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인천 백령도 근해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승조원 56명을 구조한 해경 경비함정 501함이 30일 새벽 인천 해경부두로 돌아온 후 고영재 함장이 배에서 내려 취재진에게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인일보=김성호기자]지난 26일 오후 9시34분. 대청도 근해에서 해상 경비활동 중이던 해경 501함에 상황실로부터 긴급 구조지시가 떨어졌다.

'해군 초계함이 백령도 남서쪽 1.2마일 해상에서 좌초되고 있으니 신속히 이동해 구조하라'는 지시였다.

전속력으로 40분을 내달린 오후 10시15분. 사고 현장에는 해군 고속정 4척이 천안함 주위를 배회하면서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있었다.

고속정 승조원들은 구명벌 등의 장비를 들고 갑판에 나와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 약 3분의 2 정도가 침수된 천안함의 함미 부분은 보이지 않고 90도 가량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천안함 승조원들은 함수 부분의 포탑과 조타실 부근에 모여 있었다. 승조원 중에는 구명의를 입은 사람도 있었고 작업복과 근무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환자로 보이는 승조원도 몇 명 보였다.

고속단정 2대를 이용해 오후 10시30분부터 시작된 구조작업은 오후 11시35분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함장을 포함해 천안함 승조원 56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천안함 승조원은 501함의 식당과 사관실에서 대기하다 0시20분께 해군 고속정으로 인계됐다. 수색작업은 27일 오전 2시30분까지 계속 됐지만 추가적으로 구조된 사람은 없었다.

30일 0시40분 인천해양경찰서 함정부두에 입항한 501함 고영재(56) 함장은 사고 직후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한 뒤 "많은 실종자가 생겨 안타깝고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송구스럽고 빨리 구조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501함에서 촬영해 30일 공개된 116분 분량의 동영상에도 숨막혔던 당시 상황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영상은 501함에 탑재된 고속단정 1척을 크레인을 이용해 물 위로 내리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6.9m의 고속단정 1호는 경광등을 번쩍이며 바다 위 칠흑 같은 어둠을 가로질러 침몰 중인 초계함 선체 옆에 바짝 붙었다. 선체는 물에 반쯤 가라앉은 채 오른쪽으로 90도 기울어져 있어 뱃머리 부분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보였다. 사고해역을 비추는 해군 고속정들과 501함의 서치라이트 불빛 속에서 갑판에 솟은 마스트와 2개의 포, 국적 식별을 위해 붙여놓은 태극기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1차 구조를 마치고 돌아온 고속단정에는 생존자 12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이 타고 있었다. 501함 옆에 갖다 댄 고속단정이 파도 때문에 심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흰색 긴 팔 티셔츠를 입은 해군 장병 1명이 501함 난간을 붙잡고 올라가며 처음으로 구조됐다. 이 장병에게서는 상처를 입었거나 두려워하는 표정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비교적 차분하게 선박 위로 오르는 모습이었다.

초계함의 선수는 얼마 후 끄트머리만 남겨놓은 채 대부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침몰 중인 선수에서 초계함 고유 번호인 '772'가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