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완 (논설위원)
[경인일보=]아주 오래 전부터 치산치수는 최고 권력자의 통치 덕목중 가장 앞에 있었다. 중국 하(夏)나라의 시조(始祖)인 우(禹)는 홍수를 다스리는 치수에 성공, 순나라를 이어 받은 역사적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또한 물길의 원천인 산과 숲, 늪의 기능을 잘 살려 가두는 곳과 흘리는 지역을 달리해 자연스럽게 치수를 돕는 것에 공을 들여 풍년농사가 되도록 했다. 우의 부친인 곤(鯤)도 치산치수에 뛰어난 식견이 있었지만 물길 조절에 실패, 유폐됐다고 한다. 지형에 따라 치산치수의 방법을 달리해야 하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소치라 하겠다. 나라마다 지형의 특성이 달라 물을 다스리는 방법을 달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물길을 열고 가둬야 매년 되풀이 되는 홍수피해와 우려되는 물부족 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질 정화효과는 물론이다.

4대 강에 대한 치수공사가 한창이다. 2006년부터 10년간 연평균 3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수질을 개선하고 물을 풍부하게 하며 주민 삶도 풍족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표현대로 말하면 4대강 정비는 이수 및 치수를 위해 하천 기능을 한층 끌어올리는 것이고, 잘 정비된 수변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민들에게 녹색공간을 마련해 주는 사업이다. 그런데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이지 않는다. 공사 전부터 오히려 수질을 악화시키고 홍수 피해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더니,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요즘엔 그 강도가 더하다. 마구잡이식 굴착과 매립으로 강변의 숲과 농지·숲지를 초토화, 생태연결망을 단절시켰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등 강 정비를 반대하는 측은 강물이 정체돼 썩어가고, 농지가 오니로 매립되며, 농민과 동물이 쫓겨나는 현장을 사진 등을 곁들여 보여 주고 있다.

환경부 통계도 예사롭지 않다. 2004년과 2009년의 연평균 수질비교를 보면 우려수준이다.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 섬진강 수질 오염 관리대상지역 중 절반 가량이 지난 5년간 수질이 나빠졌다. 3대강 유역의 오염물질 총량관리 대상지역 92곳 가운데 48%인 44곳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상승하면서 수질이 악화됐다. 특히 낙동강에서는 수질이 악화한 곳이 6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염물질총량제 등 수질오염 억제대책이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3년간 팔당댐과 한강 하류의 주요 수질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15년까지 한강 하류의 수질을 수영이나 목욕을 할 수 있는 2급수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환경부의 목표치가 지켜질지 의문이다.

불신을 키워서는 사업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된다. 환경부는 수질 악화를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심한 가뭄으로 줄어든 하천의 유량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 또한 위험한 해명이 될 수 있다. 수질개선대책에는 우·오수 관리 등 가장 기본인 주변 정리와 가뭄 등 자연재해 요인을 포함, 총체적이고 치밀하게 짜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수질오염악화 방지 대책을 내놨다. 수질변화를 상시분석·평가하는 수질통합관리센터를 오는 6월께 설치키로 했다. 지난해 10월 설립한 수질오염방제센터에는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등 24시간 감시체제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4대강사업은 물을 다스리는 치수뿐 아니라 수질·생태계·주민삶·관광 등 대단위 총체적 사업이다. 계획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수시 점검은 필수다. 수질통합관리와 24시간 감시체제는 벌써 갖춰졌어야 했다.

4대강정비는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치수를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강길 공사를 하면서 순리에 역행하면 재앙이 올 수 있어 안하느니만 못하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규모면이나 수질악화 통계를 보는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크다. 수질오염·생태계파괴를 지적하는 측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듣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받아들여야 백년대계라는 정부의 설명에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다.